[미디어펜=석명 기자] '미스티'가 자욱한 안갯속으로 들어가며 끝났다. 지진희는 죽고, 김남주는 마음이 죽고, 임태경은 갇힌 몸으로 죽음만 기다리게 됐다. 결말은 역시 비극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가 24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고준(케빈리) 살인 사건으로 비롯된 김남주(고혜란)와 지진희(강태욱), 임태경(하명우)의 가혹한 운명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강태욱은 케빈리 살인범이 맞았다.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질투심으로 몸싸움을 하던 과정에서 케빈리를 밀쳐 죽음에 이르게 했고, 교통사고로 위장을 했던 것. 강태욱은 고혜란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혜란은 자수를 말렸지만 남편의 뜻이 완강하자, 언론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갔다. 강태욱이 진범이며 자수를 한다는 사실을 장규석 국장(이경영)에게 알리고 특종 보도를 부탁했다. 하지만 강태욱이 자수하기 직전 하명우가 먼저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수를 했다. 하명우는 강기준 형사(안내상)에게 케빈리는 물론 그의 매니저까지 자신이 죽였다고 자백했다. 

   
▲ 사진=JTBC '미스티' 방송 캡처


하명우가 강태욱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 '당신은 끝까지 혜란이 옆을 지켜라. 그게 당신이 받아야 하는 벌이다'라고 적힌 메모였다.

그렇게 하명우가 모든 것을 뒤집어쓴 후 시간이 흘렀고, 고혜란은 '고혜란의 인터뷰'라는 인기 코너를 맡았다. 두번째 게스트로 강태욱이 예정돼 있었다. 방송국으로 향하던 강태욱은 '내가 꿈꿨던 건 뭘까. 너였을까? 아니면 너에게 완벽한 나였을까?'라는 내레이션을 남기고 자동차의 속도를 높였다. 자살 암시였다.

방송국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코너를 진행하던 고혜란은 이명처럼 들리는 강태욱의 '행복하니?'라는 말에 절망적인 표정이 된다. 고혜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미스티'는 막을 내렸다.

'미스티'를 흥미진진하게 끌고 온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였다. 법(적 정의), 언론(의 공정성), 그리고 사랑(의 지독함)이었다.

법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살인범이 아니었던 김남주를 무리하게 기소해 재판까지 했다. 지진희가 진범인 것을 밝혀내지도 못했다. 거짓 자백을 한 임태경을 처벌해야 했다. 법적 정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은 어떤 부분에서는 공정하지 못했다. 김남주는 진범을 알았고 보도를 요청했지만 이경영(방송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태경의 자수라는, 드러난 팩트(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만 전달하는데 만족했다.

사랑은 작가나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 지독하게 표현됐다. 지진희도 임태경도 사랑 때문에(질투심도 사랑이다) 살인자가 되었다. 그 지독했던 사랑의 대가로 지진희는 다시는 행복할 수 없게 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철없던 어린 시절 사랑 때문에 살인하고 청춘을 감옥에서 다 보냈던 임태경은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해온 사랑(허상이었다)을 위해 남은 인생 전부를 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김남주는 자신을 지독하게 사랑해준 두 남자 때문에 행복했을까. 이런 결말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행복했을까.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미스티'는 더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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