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원전의 안전성 등을 문제삼아 탈원전을 주장하는 가운데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 해체 핵심 기술 38개 중 △제염(2개) △절단(4개) △폐기물처리(2개) △환경복원(2개) 등 10여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상용화기술 58개 중 17개를 확보하지 못해 선진국 기술 수준에 70% 정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도 지난해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산업대전'에서 "원전 해체 기술 개발은 시작단계에 있다"며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대한민국이 명수이지만 기술 완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술을 전부 갖추지 못했다고 원전 해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사고의 위험도 높아 진다. 이에 따라 2021년까지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동남권에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로봇팔과 무인 모니터링 로봇 등 해체에 필요한 11개 장비 역시 오는 2027년까지 개발하는 등 2030년까지 개발비 4419억원 등 총 6163억원을 관련 기술 확보에 투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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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 1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
그러나 원전 15기를 해체한 미국과 독일·일본 등과 달리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 이외의 해체 경험이 없고 폐기물 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즉시해체 방식을 검토하는 것이 우려를 낳고 있다.
원전 해체는 영구정지·해체준비·제염·절단 및 철거·폐기물처리 및 환경복원 등의 과정으로 진행되며, 15년 가량이 소요되는 즉시해체 방식과 60년 가량이 소요되는 지연해체 방식이 있다.
두 방식 모두 원전 정지 이후 원자로 내 혁연료 냉각을 기다렸다가 사용후 핵연료를 떼어내 해체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즉시해체는 단기간 내 원전 내 관련설비 일체를 제거하고 부지 복원까지 완료하는 반면, 지연해체는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제염 등을 통해 오염준위를 낮춘다.
즉시해체는 부지를 조기에 재사용할 수 있고 비용이 감축되는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작업자의 피폭 및 방사능 유출 우려가 높고 차폐·원격제어장비 등이 필요한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2000년 이후 즉시해체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영국도 지연해체 방식만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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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1호기 영구퍠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원전 3기를 해체한 독일은 방사성 폐기물을 원전 부지 인근에 저장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폐기물 처분 장소 선정 문제로 1998년 영구정지한 도카이 1호기 폐로를 연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우선 사용후 핵연료 영구 저장시설 건립 이전까지 고리 1호기에서 나온 핵연료를 고리 2~4호기에 저장한다는 계획이지만, 2024년에는 이들 시설이 포화상태로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자체가 방폐장 유치 신청을 했으나 2년간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와 폭력사태까지 벌어진 부안 방폐장 및 경주 방폐장 사례를 볼 때 폐기물 처리 장소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원전 해체를 조기에 추진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 과정에서 방사선 오염 제거 및 설비 해체 처분 등 전 과정을 경험한 것은 자산"이라면서도 "상업용 대형 원전을 해체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실제 원전과 유사한 시설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등 준비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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