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감원장이 한 달여 만에 2명이나 낙마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와 인수합병(M&A) 대주주 승인, 삼성증권 사태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국내 증권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금감원장이 중심이 되어야 할 이슈들이 많은 상태라 금감원장 공백이 그 자체로 ‘리스크’가 됐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표를 결국 수리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소위 ‘셀프후원’ 논란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판단을 내린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결국 김기식 전 원장은 ‘최단기간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불과 15일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됐다.

금감원장의 낙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전 원장의 전임이었던 최흥식 전 금감원장 역시 특혜채용 의혹으로 6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장직은 내내 공석이었던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이 가운데 금감원이 중심이 되어 처리해야 할 업계의 이슈들은 표류 상태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회사들에 대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가 대표적인 이슈다. 작년 11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뿐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조사, KB증권은 인가 신청 자진 철회 등의 사유를 갖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의 경우 이렇다 할 사유도 없이 차일피일 인가가 미뤄지고 있다. 주도적으로 인가심사를 처리해야 할 금감원이 불안정한 상태다 보니 불가피하게 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불만을 갖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하이투자증권, SK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의 M&A와 관련한 대주주 승인 문제 또한 표류 상태다. 작년 11월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제자리걸음 상태다. 

SK증권 인수계약을 맺은 J&W파트너스, 골든브릿지증권 인수계약을 맺은 텍셀네트컴은 계약을 체결한 지 각각 한 달 반, 두 달이 지나도록 금감원 대주주변경을 위한 심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까지 터졌지만 금감원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조사까지 실시했지만 증권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장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개별 부서들이 구체적인 점검 계획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금융이슈의 경우 한 번 실기하면 여파가 오래 남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금융권 인사실패가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