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기조 지속 중 '역주행' 오해 살 우려 있어
PNG 도입시 가격협상력 및 공급 안정성 제고 효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관계가 완화되면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PNG)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시행에 들어갈 경우 UN 차원의 대북제재 국면 속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가스관을 통해 운반하는 PNG의 도입단가는 생산·액화·수송·저장 등의 비용이 소요되는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60~70%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량을 늘리면 공급 안정성 및 가격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2016년 천연가스 국내 수입물량 중 중동·동남아·오세아니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92.5%에 달한 반면, 러시아의 비중은 5.8%에 그쳤다.

   
▲ 거제-진해구간 해저터널 전경(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한국가스공사


중동 국가들이 원유 자급률이 떨어지는 동북아 국가들을 상대로 붙였던 '아시아 프리미엄'이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로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볼 때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량을 연간 186만톤 가량에서 900만톤 수준으로 높일 경우 도입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로 동북아 국가들과 경제협력 증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 측으로서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이사 등 동남아 지역 천연가스 매장량 감소에 대비할 수 있어 '윈윈'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PNG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북한 지역에 가스관을 건설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노동력에 대해 인건비 및 개발수익 등을 지급해야 하며, 건설 이후에도 연간 1억5000만달러(약 1616억원)의 통과료를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는 파이프라인 이용료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핵 포기 검증 이전까지 대북헤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미 연방의회 하원이 한반도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노선을 지지한 상황에서 한국 측의 이같은 행보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김정은 위원장/사진=연합뉴스


G7(미·영·프·독·이·일·캐나다) 외교장관도 비핵화가 확인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호주 등도 유사한 입장을 표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이 이러한 대북제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서방국가들이 개인·기업·선박 관련 제재 리스트를 확대하는 등 대북제재가 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언급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북한이 '가스밸브를 잠그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2006년과 2009년 우크라이나와 가격 분쟁이 발생하자 가스 공급을 중단,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들도 파이프라인이 막히면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도 1948년 주한미군 사령부가 전기료를 미납했다는 이유로 송전을 중단한 바 있으며, 우리 측과 체결한 합의 및 공동선언 등을 이행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한 PNG 수입을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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