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지방선거가 1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의 고심이 짙어지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판세를 장악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에서는 '단일화' 기류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단일화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점쳐지는 지역은 서울이다.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안철수 바른당 후보와 김문수 한국당 사이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기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지난 28일 안 후보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저야말로 박원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확장성이 제한돼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같은 날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김 후보는 "저는 야권통합을 주장한다. 그래서 단일화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안 후보 측에서 '김문수가 자신이 없어 단일화를 말한다'고 한다"며 "일단은 (단일화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양상으로만 보면 양 측 모두 단일화에 무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는 있지만 당 차원에서는 단일화 카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주 체제의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손학규 바른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는 이번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경계하는 도구로써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확실한 옐로우 카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송파을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현진 한국당 후보와 박종진 바른당 후보 사이에서 단일화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최재성 민주당 후보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선거 막바지에 나올 수 있는 단일화 카드를 쉽게 버리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실제 박 후보는 공천을 확정한 25일 기자들과 만나 배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후보 입장에서 단일화를 논할 순 없지만 당 차원에서 결정한다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그는 "(단일화와 관련) 모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당이 '배현진이 나보다 훌륭하다'고 판단하면 물러나겠다. 고집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28일 cpbc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단일화는) 당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양상은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전국적인 지지도가 후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단일화 카드를 무조건 거부하기란 힘들다는 게 야권 내부의 반응이다.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성효 한국당 후보와 남충희 바른당 후보는 야권 단일화가 결렬됐다고 28일 알렸다. 하지만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박 후보 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한국당과 바른당의 실무 협상단을 통한 대전시장 후보 단일화는 결렬됐다"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야권 전체에 대한 결집의지가 남아있는 만큼 언제든지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앞서 24일부터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고, 양 측 모두 단일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 상황은 아니어서 막판에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창원시장 선거에 나선 조진래 한국당 후보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후보 간에도 단일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당 출신인 각 후보는 현재 단일화 요구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냉정하게 보면 각 정당별로만 후보를 내세워서는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하다못해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단일화는 여당에 대한 좋은 견제전략이 된다"고 말했다.

   
▲ 야권을 중심으로 단일화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장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사진=각 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