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6·13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야권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꾸릴 채비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쑥대밭이 된 내부를 추스리는 것도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뽑을 계획이다. 당 내 중진인 이종걸, 송영길 의원은 물론 김진표, 박영선, 안민석, 우원식 의원 등 굵직한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이야기마저 나돈다.

이처럼 민주당이 차기 지도부 구성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도 한국당은 울상만 짓고 있다. 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전 대표와 당 지도부가 사임한 것은 물론 경기와 경남, 울산 등 시·도당위원장의 줄사퇴가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한국당은 당헌에 의거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은 전당대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국회에서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로텐더홀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써진 대형 현수막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비상의총에서 "조기전당대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은 우리 당이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한 마당에 논할 상황이 아니다"며 당의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6선 김무성 의원은 "분열된 보수의 통합을 위해, 새로운 보수당의 재건을 위해 바닥에서 헌신하겠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광역단체장 0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바른미래당도 한국당과 사정은 비슷하다. 8월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열 계획이지만 앞서 재·보궐 선거구 공천을 두고 발생한 당 내부의 계파갈등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젊은피'인 오신환·김수민·채이배 의원과 이지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 등을 포함한 '7인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한국당 내부에서는 물밑 당권경쟁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보수의 재건' 등을 언급한 김 의원이나 심재철, 정우택, 나경원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정계복귀를 선언한 이완구 전 총리나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문수·김태호 전 지사도 물망에 오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적쇄신 없이는 보수 재건이 힘들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기존의 인물로 당 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결국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란 어렵다는 설명이다.

홍 전 대표는 대표직 사임을 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장 본질적인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겉으로 잘못을 외쳐본들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적었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의 이익을 우선하는 당 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