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해운업계가 국내외 과열 경쟁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대기업 물류 계열사(2자 물류)들이 내부 거래량을 발판 삼아 3자 물량을 저가에 수주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데다 해외 이중과세 부담도 날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주협회는 최근 대기업 화주가 계열 물류자회사에 밀어주는 내부거래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불공정 거래방지 대책과 합리적인 거래절차 세우기에 착수했다.
|
|
|
▲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
선주협회 관계자는 “공정거래 분야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회 등 전문가들과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공정거래질서 확립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기업 화주가 계열 물류자회사에 밀어주는 내부거래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해운업계에서는 대기업 자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각 업계가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7대 물류자회사가 2015년 처리한 수출 컨테이너는 같은 해 전체 수출 물동량의 83%(732만개)를 차지했다. 이 중 계열사 물량은 37.6%(287만개)로, 나머지는 일반 제3자 물류사와 경쟁해 가져온 물량이다.
아울러 판토스·현대글로비스·삼성SDS 등 주요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의 2000년 대비 2015년 매출이 72배 급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해운업계의 매출은 2.2배에 그쳤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로 확보한 물량을 기반으로 체력을 키워 제3자 물량을 저가에 빼앗는 횡포를 부린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근거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 동안 대기업 물류사들이 중소 선사들의 수주시 입찰참여를 비롯, 선사들 간의 무한경쟁 유도, 할증료 전체를 운임에 포함시키는 총비용 입찰 강요, 수송계약 체결 후 빈번한 재협상을 통한 운임인하 강압 등도 서슴치 않았다는 게 해운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3자 물류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계열사 물량만 처리하고 3자 물량 처리는 배제토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금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9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등 16인은 국회에 해운법 일부를 개정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물류 자회사의 국제물류주선업무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계류중인 상태다.
해운업계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밖으로는 이중과세 방지협정 미 체결국들에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어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이중과세방지협정은 기업이 외국에서 소득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국가(원천지국) 또는 출신국가(거주지국) 중 한 나라에서만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93개국과 이 협정을 체결 중이다.
한국 선사들이 최근 5년간 상기 6개국에 납부한 세금은 6760만 달러(약 750억원)에 달한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한 국가 대부분은 세금을 100% 감면받고 있으나, 베트남, 태국, 파키스탄 등 6개국은 절반 정도만 감면되거나 별도로 부과되는 세금이 발생한다. 베트남의 경우 국적선사가 5년간 납부한 세금이 무려 3700만 달러(약 409억원)로 전해진다.
이에 해운업계는 “해운부문 이중과세 방지협정 문제점을 개선해달라”며 해양수산부에 공식 건의한 상태다. 지난 8일 건의문을 제출한 선주협회는 “기업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이중과세 방지협정 개선 이유로 제시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향후 한국선사들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아르헨티나, 캄보디아 등의 국가들에 대해서도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추가로 체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