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계파 갈등 노골적...지방선거 패배할 듯

취재수첩


한나라당 의원총회 토론회가 4일째에 접어들었다. 3일째 토론회는 세종시 수정안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는 초등학교 웅변대회같았다. 발표시간은 5분, 1분전에 피켓 통보의 규칙속에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연아가 78.5를 받았다면서 기쁜 소식을 전했지만, 토론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독후감 발표가 거듭되면서, 친박계열에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거짓말로 일관된 발표회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은 반반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당론으로 어떤 것이 채택되더라도 60% 지지는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원총회 토론회는 결국 친박과 친이의 돌아설 수 없는 갈림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적 토론회라고 하지만, 경계선을 긋는 듯한 공개적 심사인 것 같았다. 찬성이냐, 반대냐로 분명한 경계선을 긋는 것 같았다. 서로 어떠한 타협점이 있을 수 없는 평행선의 말들이 여과없이 쏟아졌고, 누구도 수습할 수 없는 거친 말들도 있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의원총회를 열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토론회를 마련했지만, 계파간 갈등의 골을 더 키웠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의원총회를 열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토론회를 마련했지만, 계파간 갈등의 골을 더 키웠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러니까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딴나라당이라고 하는 겁니다. 차기 정권 창출 할 수 있겠습니까 지방선거는 백전백패입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뭘 하라는 것입니까”라는 말들이다. 취재진은 거의 120여명이 몰렸다. 뜨거운 취재경쟁이었다. 노트북의 자판두드리는 소리들이 협주곡처럼 들릴 정도로 많이 몰렸다.


어떤 의원은 “정부의 수정안과 당론의 원칙론이 공존할 수 있는 절충안이 필요하다”면서 “표결로 이 갈등의 마디를 끊어야한다”고 말했다. 또 한 의원은 당론을 변경하자는 취지를 하면서도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더라도 상임위 및 본회의에서 부결될 것이라는 말을 반박하면서 “당론을 반대하는 당원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모호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발표하는 그 순간 세종시 원안이 당론인데, 발표자가 세종시 원안을 반대하고 있으면서...


어떤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에 해당한다면서도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의 연결고리는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권주자의 협력관계가 있어서 정권이 유지됐지만, 김영삼 이회창, 노무현 정동영의 연결고리는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권주자가 불협화음을 내놓으면서 정권창출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MB와 박 대표의 갈등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의원은 “협력해 다음에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듭시다”를 외치기도 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 한 의원은 “정치적으로 승리한 MB가 정의다”면서 “정치적인 정의인 MB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았으면, 수정안이 정의가 되는 것이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또한 정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정안을 찬성하는 어떤 의원도 충청권의 입장에서는 어떤 견해도 내놓지 못했다. MB 입장의 정의, 당론 결정, 현실적 방안, 정책 결정의 비효율성 등만 거론할 뿐, 충청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수정안 채택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발표를 한 의원이 없었다.




당원들이 모여서 당론을 바꾸는 토론회에서 “당원이라면 당론을 지켜야한다”는 모호한 주장들도 참으로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 같았다. 3일째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초등학교 한나라반 세종시 수정안 독후감 발표대회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