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쓴 자작시

지하철 철새들이 돌아왔다. 국회 철새는 아직 떠날 때가 멀었고, 움직이는 철새떼는 지방철새들이다. 100여일간 긴 이동의 여정이 끝나면, 살아남은 철새들만 둥지를 틀 좌석을 확보하게 된다. 한 수년간 새끼들을 품을 수 있는 안락한 곳에서.

지난번처럼 아주 익숙한 손놀림, 빠른 발걸음, 날개처럼 활짝 편 미소로 시민들에게 날개짓한다. 명함을 뿌린다. “나는 철새가 아닙니다. 기호 1번입니다. 이름까진 기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기호로만 불러주십시오, 1번입니다” 시민들은 슬쩍 보면서, 지하철 출구는 2번인 것을 확인한다. 1번인지, 2번인지 도통 헤깔리는 것은 여기저기 번호만 나부껴서 그렇다.

1번, 2번 혹은 야당, 여당, 친박 모두 엇비슷한 철새들 뿐이다.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은 없나 가령... 공중부양같은, 혹은 요때만 빤짝빤짝 웃는 것 말고 꾸준히 웃을 수 있는... 매서운 시민들의 눈매도 아랑곳 없이 기호들은 명함을 나눠주고, 강제로 떠맡은 명함은 구겨져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저 철새들 백일 후 때 지나면 우릴 이렇게 버릴 거라구”라는 듯이 쿡 구겨서 버려 버린다.


구겨져도 웃고있는 철새들 웃음 웃음소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