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쟁력 되레 약화시켜. 소비자 이익 침해 등도 심각

   
▲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이후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한 이후 올해 처음 82개 품목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자료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의 현황과 내역을 분석하고, 적합업종 지정 전후의 단기효과를 검토하였다. 최근 발표된 적합업종 재지정 가이드라인 및 적합업종 제도 개선방안 등을 검토하여 향후 적합업종 재지정 정책의 추진 방향을 제시하였다.

적합업종 경쟁력 약화 발생 가능성

2011년도에 적합업종으로 선정되어 2014년도 적합업종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82개 제조업 품목이 현재 적합업종 재지정 품목으로 고려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이들 산업 가운데에는 사업이양, 일부사업철수, 사업축소, 진입자제, 확장자제, 진입 및 확장자제, 위원회 의결 등 다양한 형태의 권고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행의 적합업종 제도는 사업철수 및 사업이양을 권고할 수 있고 제조업은 물론 유통·서비스업까지 적용가능하며 사업조정 불이행 시 징역·벌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력한 기업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중소기업으로 보호된 고유업종이 사업수, 종사자수, 생산액, 부가가치 측면에서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고“대기업의 진입제한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고유업종제도의 근본취지가 오늘날 오히려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것처럼 적합업종 제도도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성장저해, 사전적 보호장치의 폐해 및 진입제한적 조치문제, 사유재산제 보장,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질서에 위배, 기존의 통상규범에 위배될 가능성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침해 및 소비자 후생 감소초래 등 다양한 문제를 노출시킬 것으로 보인다.

본 고에서는 2008-2012년 기간 중 2008-2011년 기간과 2011-2012년 기간의 단기 적합업종 지정효과를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및 『광업·제조업조사』자료를 이용하여 검토하였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 분석기간이 제한되어있다는 한계가 있으나 통계자료의 제약 상 현재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적합업종 제도가 실시된 2011년 이후 기간에 중소기업의 자구노력의 성과를 반영하는 노동생산성 변화율을 보면 적합업종 실시 이전에 비해 지정 이후의 기간에 64.2%의 적합업종 품목에서 감소하였다. 사업체수 증가율을 보면 적합업종 실시 이후 기간에 실시 전보다 53.1%의 적합업종에서 감소하였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의 기간에 사업체당 생산액 증가율은 58.0%의 적합업종 품목에서 감소하였다.

산업분류가 일치하는 52개 적합업종 중 적합업종 지정이후 수출변화율은 65.4%의 적합업종 품목에서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였으며, 무역특화지수 변화율은 69.2%의 적합업종 품목에서 둔화되었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에 61.7%의 적합업종 품목에서 실질생산액 증가율이 감소하였다. 마지막으로 적합업종 지정 이후의 기간인 2011년 이후의 기간에 5-digit 산업 내 8-digit 적합업종 품목의 비중이 감소한 적합업종 품목은 54.3%로 나타났다. 비록 단기분석에 국한된 결과이긴 하지만 적합업종 실시 이후 적합업종은 성장성, 효율성, 국제경쟁력 및 생산액 share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 한국경제연구원이 9일 중기적합업종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열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제도 추진방법의 문제점

우선 원칙 3년 지정기간 준수 문제이다. 현재 적합업종 운영규정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간은 3년 원칙, 1회 최대 3년 연장 가능한 제도로 나타나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기간은 권고일로부터 3년간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적합업종으로 재지정을 추진하려면 중소기업의 자구노력 등 중소기업이 그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향이다.

둘째로 적합업종 제도는 기업에게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령 등이나 조례·규칙에 규정되는 사항이다. 상생법 상에 규정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결정하고 있으며 이 결정에 사실상 기업이 규제를 받고 있어 행정규제로 분류하는 적극적인 해석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셋째로 적합업종 지정 후 정기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문제이다. 동반성장위원회 사무국은 매년 11월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및 관련 단체로부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이행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적합업종 지정효과에 대한 결과분석을 하여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구노력 강화는 동반성장위원회 운영규정에 있는 사항이지만 이를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결과 발표·평가발표는 없는 실정이다. 셋째로 적합업종 지정 외 중소기업 지원 중복성 문제이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품목 등 유사한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이 보호되고 있다면 적합업종 지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민간자율과 사업조정제도의 배치문제이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의 사업 인수ㆍ개시 또는 사업 확장으로 인하여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기업의 사업활동의 연기 또는 축소를 권고하는 등의 제도이다. 민간 자율합의를 제도의 근간으로 두고 있으면서 실효성 제고를 위하여 규제 조항을 강화하려는 것은 모순이다.
 

최근 중소기업 재지정 추진방안이 발표되었지만, 이 경우에도 적합업종 운영원칙 상에 나타난 중소기업 자구노력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기간차등화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중소기업 자구노력, 적합업종 성과여부 등은 제1단계 적합업종 재지정 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 적합업종 재지정 기간차등화에 대한 정성적 요인 7개 항목 중 계량화가 가능한 항목은 정량화시켜서 평가기준으로 활용하고 또 일부 측정이 불가능한 지표는 대기업 측과 중소기업 측 간 합의를 어렵게 하고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정 가이드라인에서 배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정책의 방향

첫째로 적합업종 원칙 3년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과도한 시장진입 억제 및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로 야기되는 시장비효율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규정에 의하면 적합업종 지정기간은 권고일로부터 3년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적합업종 운영원칙을 명확하게 고수함으로써 지정기간 중 경쟁력 회복노력을 게을리 하였거나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로 적합업종 재지정 시 중복지원 배제 및 정량지표 성과평가 적용으로 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서는 적합업종의 선정과 이행에 있어서 동반성장의 기본원리이자 동반성장위원회의 출범취지인 민간자율 원칙 및 대-중소기업 합의 정신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제도 중소기업의 적합업종 재지정 대상 배제되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논의에서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적합업종은 배제하도록 한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적합업종 재지정 검토 시 정량지표를 주기능화하여 적합업종 대상 기업의 자구노력 실행 및 경쟁력 향상 노력을 판별하여야 한다.
 

셋째로 중소기업의 자구노력과 경쟁력 향상 결과를 중요 평가기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적합업종 대상 중소기업의 자구 노력이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실시된 2011년 이후 적합업종 대상 품목중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64.2%에서 하락하고, 5-digit 업종 내 비중이 적합업종 실시 전 보다 감소한 품목비중은 54.3%에 달하고 있다. 적합업종 선정 품목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노력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부진한 상태이다. 적합업종의 재지정을 위해서는 적합업종의 성장성·생산성 등 자구노력 및 경쟁력 향상 노력을 엄격 평가하여 적합업종을 재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로 국제적인 정합성을 결여한 적합업종 제도는 점진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같은 제도가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우리의 개입의 정도와 방법은 세계적인 보편성을 현저히 결여하고 있다. “대기업의 진입제한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고유업종 제도의 근본취지가 오늘날 오히려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였다.”는 지적은 현재 실시중인 적합업종 제도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며,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