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초기 혼란은 거의 없어…R&D와 생산 부문 경쟁력 하락 우려 여전
6개월 계도기간 동안 정부‧기업 52시간 근무제 영향 더 면밀히 살펴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이달부터 실시되면서 기업들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여유가 생긴 직장인들은 근무시간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사무직 보다는 연구개발(R&D)과 생산 부문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가운데 시행 초기에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다.

   
▲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52시간 근무제는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된다. 50~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50인 미만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대기업들은 이미 1~2달 전부터 준비를 했왔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300인 이상의 중견‧중소 기업 등에서는 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대기업들은 여전히 R&D와 생산 부문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시간 집중 근무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현 제도에 기준을 맞출 경우 경쟁력 저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모든 사업부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들어갔다”며 “지금 제도에서는 앞으로 R&D와 생산에서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시간이 되면 라인을 세우고 테스트 장비를 꺼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탄력근로제’ 적용기간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 단축 근무제에서는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이 3개월이다. 이 기간 평균 주 52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면서 R&D와 생산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일감이 집중 될 때 등 초과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재계에서는 최소 6개월 최대 1년까지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단위 기간을 최대 1년까지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노사가 합의하면 6개월 이상을 허용하고 있다.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한 ‘하반기 노사현안 설명회’에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3개월에 불과해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탄력근로제의 최대 단위 기간을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하고, 금융상품개발자 등 신규 전문직 근로자와 기획·분석·조사 업무에 종사하는 사무직 근로자를 재량근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도 “노사가 합의해 특별연장 근무를 허용하고, 탄력근무 시간제 단위 기간을 최대 1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6개월 동안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 기간을 설정했다. 단속보다는 제도 정착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기간에 정부와 기업 모두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찾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더 남았다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52시간 근무제 적용 이후 발생하는 현상을 면밀히 파악해 향후 경영전략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근로시간 개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기업 경쟁력을 해치치 않는 범위에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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