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가 하반기 채용 규모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고용쇼크’에 빠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인력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운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요청까지 나온 상황에서 보수적 채용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조만간 하반기 채용규모를 확정하고 다음달 하순께부터 지원서접수 등 대졸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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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서울 단대부고에서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일단 대기업들은 하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 보다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와 싱가포르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일자리’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메시지가 뚜렷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재계는 삼성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취임 후 처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고용과 투자를 강조했다. 삼성전자 인도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을 접견한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계는 삼성이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의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은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요구에 화답하면서 경영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업들의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우선 핵심 수출 시장에서 언제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될 경우 수출이 타격을 입고, 매출까지 감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수 증가세 약화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기업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하반기 고용사정도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특히 구조조정과 판매부진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은 하반기에도 고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당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촉진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선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이 채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12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6000명(0.4%)이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최근 5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 안팎에 머물면서 정부의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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