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 일하게 해달라 요청한 후 급히 빠져나가

김재철 MBC 사장의 낙하산 천막생활이 곧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사장은 4일 9시 넘는 시각에 출근해, MBC 노조원들을 상대로 “일하게 해달라, 3월 8일 취임식을 하겠다. 나는 낙하산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후, 곧장 차를 타고 MBC 본사를 빠져 나갔다.

이날 비가 내린 가운데, 김재철 사장이 근무했던 주차장의 천막에는 비닐이 입혀졌는데, 바람이 불어 그 생김새가 꼭 낙하산을 연상시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어떤 MBC 직원은 “천막을 보니 진짜 낙하산같다. 낙하산 사장이 아니랄까봐 홍보하는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닐로 비옷을 입은 김재철 사장의 천막 집무실이 바람이 불자, 낙하산처럼 펄럭였다.
▲비닐로 비옷을 입은 김재철 사장의 천막 집무실이 바람이 불자, 낙하산처럼 펄럭였다.



4일 8시 정각 주차장을 진입하는 곳에서 취재진 통제는 없었다. PD저널이 MBC 출입기자증이 없는 외부 취재진들의 취재를 통제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MBC측이 취재통제를 비공식적으로 사과한 듯 했다. 청원 경찰들은 본사 출입구를 ‘’ 모양으로 봉쇄한 후, 손에 손을 맞잡고 서 있었다. 김재철 사장이 임시로 근무하는 빈천막에는 고급의자들 십여개가 놓여있고, 우천을 대비해 천막에 비닐이 입혀졌다. 겉보기에 비닐하우스다.

비닐하우스가 바람이 부니, 진짜 낙하산 모양이다. 비닐 안에는 천막도 있어 재질도 똑같다. 펴졌다가 내려않는 모양새가, 꼭 낙하산이 내렸다가 땅에 착륙하는 듯 하다. 낙하산 사장이 맞긴 맞나보다. 한겨레 기자도 “비닐이 펄럭이는 게 낙하산처럼 펄럭인다”고 공감했다.

낙하산이 접힌 비닐하우스 안에는 고급의자 옆에 온풍기도 설치되어 있다. 청경 2명이 비닐 내부를 점검했고, MBC 노조원들이 천막쪽 입구로 이동했다. 10여명이다. 청원경찰들은 본사 입구쪽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청경들은 검정 구두에 검정 겨울 자켓을 걸치고, 검정 장갑을 꼈다. 검정색이 아닌 것은 가슴에 달려있는 MBC 마크뿐이다.



청원경찰들이 MBC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청원경찰들이 MBC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MBC 간부진들은 출근하면서 청원경찰들에게 “수고하라”고 인사를 건네고, MBC 직원들은 MBC 노조원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어떤 직원들은 간부진들에게 인사를 하고,노조원들에게도 환한 미소를 전달하기도 했다. 4열 횡대로 갖춰진 MBC 노조원들 뒤쪽으로 직원들이 지나가면서 찬 손을 어루만지거나, 어깨를 주무르면서 낮은 목소리로 “힘내”하는 발걸음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김우룡은 사퇴하고 낙하산은 물러가라 청와대 낙점받은 낙하산은 물러가라”는 MBC 노조원들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김재철’의 이름은 거론조차 안된다. 낙하산으로 통용된다.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모두 기다리지만, 기다림의 목적은 모두 색깔이 다르다. 사다리를 들고 대형 카메라를 들고 뛰는 취재진들은 날카로운 장면을 기다리는 것이고, 검정옷을 입은 청원경찰들은 출근 투쟁 싸움에서 어떤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고, MBC 노조원들은 김재철 사장이 천막에서조차 발을 들여놓지 않길 원하는 것이다.


낙하산처럼 펄럭이는 김재철 사장의 천막 집무실옆에서
▲낙하산처럼 펄럭이는 김재철 사장의 천막 집무실옆에서 "낙하산 사장 물러가라"고 MBC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취재진들이 더욱 몰려왔다. 한겨레, 연합뉴스, MBC, MBC 노조측 촬영팀, 미디어 오늘, 미디어스 등 취재진들이 눈에 보인다. PD저널이 3일 보도했던 취재진 통제는 사실상 해제됐다. 황희만 이사와 윤혁 이사의 출근저지 투쟁과 다른 점은 청원경찰이 동원된 것, 주차장에 천막이 동원된 것, 출근시간이 1시간 늦다는 것이다.

9시가 넘자, 찬 손을 비비며 봄을 소망하는 손길도 있고, 새로 구입한 아이폰을 자랑하거나, 소소한 일상을 주고 받는 대화들이 간부진과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흘렀다. 청원경찰들도 묵직한 입술을 다물고는 있지만, 눈빛과 입가에 미소는 숨기지 못했다. 조직에 속해서 땅에 나무처럼 서있을 뿐, 빨리 이 상황이 소나기처럼 지나가길 바라는 몸짓들이다.

누가 청원경찰들에게 일관된 검정옷을 입게 했고, MBC 노조원들엑 거친 피켓을 들게 했는가 김우룡 이사장인가 취재진들은 그 정답을 찾고자 카메라를 메고 여기 저기로 셔터를 눌러댄다. 진정 웃는 자는 하늘 멀리 들려오는 까치 세 마리의 울음뿐이다.


김재철 사장이
▲김재철 사장이 "나는 낙하산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 뒤로 황희만 이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늘도 회색 구름이 잔뜩 천막쳐졌다. 또는 비닐 하우스처럼 태양을 가리고 비가 곧 쏟아질 지경이다. 곧 비가 내릴 것 같고, 김재철 사장의 차량도 나타날 것 같다. 어떤 것이 먼저 발생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우산을 준비못한 취재진들에겐 비없을 때 김 재철 사장이 빨리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결국 비가 먼저 떨어졌다. 아니다. 거의 동시에 김재철 사장의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왔다. 취재진들이 김 사장의 차량쪽으로 쏟아졌다. 우두둑... 비가 내리듯 카메라가 터졌다. 김 사장은 차량에서 내리더니, 곧장 이근행 위원장에게 걸어갔다. 그 뒤로 엄기영 사장을 내몰도록 인사권 개입을 유도했다고 언론의 도마에 오른 황희만 이사가 보였다.

김재철 사장은 “나는 낙하산이 아니다. 일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근행 위원장은 “MBC 노조원들도 일하면서 싸우고 있다. 사장님도 일할려면 먼저 방문진과 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3월 8일 취임식을 거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철 사장은 일방적인 통보를 마친 후, 긴급한 걸음으로 차량에 탑승한 후,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이후 이근행 위원장은 “우리가 싸우는 것은 정권의 교체가 아니다. 정권의 압력으로 투입된 낙하산 사장이고, 김우룡 이사장의 사퇴다”면서 “정권의 교체는 선거를 통한 더 큰 세력들이 해야할 일이고, 우리는 분명히 김우룡 이사장과 싸우는 것이다. 김 사장의 취임식에 대해서는 추후 대응방침을 내놓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