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임창용(KIA 타이거즈)이 선발 투수로 나선다. 만 42세에 또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하게 된 타이거즈 마운드의 '만능 최고참'이다.

KIA는 20일 kt 위즈와 광주 홈경기에 임창용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임창용이 선발로 나서게 된 것은 부진에 빠진 외국인 투수 팻 딘을 불펜으로 돌려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프로 데뷔해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뛸 때도, 삼성으로 이적해 활약할 때도, 일본 야쿠르트에 진출했을 때도 주로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았다. '수호신'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그에겐 파격적인 선발 등판이다.

   
▲ 사진=KIA 타이거즈


물론 임창용이 선발 등판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KBO리그에서 마지막 선발 등판했던 것이 삼성 소속이던 2007년 9월 30일 현대 유니콘스전(대구)이었다. 당시 3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11년만의 선발 등판이 되는 셈.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선발 등판한 기억은 무려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6년 5월 31일 LG 트윈스와 광주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1⅔이닝 4실점하고 조기 강판했다.

팀 사정에 의해 선발을 떠맡은 임창용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야구팬들에겐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됐지만, 사실 KIA는 다급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 삼성과 후반기 첫 3연전에서 1승 후 2연패를 당했다. 6위에서 반등하지 못했고, 7위 삼성에게도 1.5게임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즉, 20일 kt전은 KIA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이고 임창용은 팀 승리에 디딤돌을 놓는 피칭을 해줘야 한다.  

선발로 나서기는 하지만 임창용이 몇 이닝 정도를 소화할 지는 미지수다. 임창용이 이번 시즌 가장 긴 이닝을 던진 것은 5월 10일 두산 베어스전(광주) 때 기록한 2⅔이닝 투구였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야 팀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임창용은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노련미를 앞세워 될수록 오래 마운드에서 버티며 실점을 최소화한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적잖은 나이의 임창용은 올 시즌을 중간계투나 셋업맨으로 시작했지만 김세현의 부진으로 마무리투수에 구멍이 생기자 다시 뒷문을 책임지기도 했다. 몇 차례 결정적인 블론세이브로 실망감을 안기고 구위가 떨어져 6월 8일부터 7월 9일까지 한 달 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기도 했다.

전성기를 지난 구위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선발로 나서면 마무리 때와는 달리 한두 점 실점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호흡을 길게 하며 피칭할 수 있다. 임창용이 의외로 호투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1995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프로 24년차가 된 임창용은 이번 시즌 25게임에 등판해 총 26⅔이닝을 던졌고 2승 1패 4세이브(4블론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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