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이사장, 엄사장에게 행한대로 받을까?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이 곤경에 처했다. ‘믿고서’ 선택한 김재철 사장이 MBC 노조원들의 강경대응에 막혀, 3일간 천막생활을 한 끝에, 방문진과 싸우기로 전략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3일 김재철 사장은 이근행 위원장과 4일 오전 의견을 나눈 후, 이근행 위원장이 요구한 황희만 이사와 윤혁 이사에 대한 인사단행을 받아들였다. 이근행 위원장은 거듭 “방송의 독립성을 보여줄만한 증거가 필요하다. 두 이사에 대한 인사단행이 선행돼야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문진에는 MBC 이사회를 선임할 권한이 있고, MBC 이사회는 MBC 경영진을 구성할 권한이 법률적으로 있다.

4일 오후 방문진 이사회가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김재철 사장이 부사장 선임건을 안건으로 제출하기 전에, 김우룡 이사장이 먼저 김재철 사장에게 “오전에 노조측과 합의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냐 윤혁 이사와 황희만 이사에 대한 인사단행을 요청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김재철 사장은 “사실이다. 두 이사에 대한 인사단행이 필요하다. 윤혁 이사는 계열사 사장으로 보내고, 황희만 이사는 보직을 바꿔 특임이사로 하려고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김우룡 이사장은 “그러한 요청은 방문진의 고유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이사 해임권은 방문진 고유의 권한인데, MBC 사장의 요청으로 결정될 사항이 아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고, 차기환 이사는 윤혁 이사의 해임과 관련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재철 mbc 사장이 노조측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 뒷쪽은 황희만 이사.
▲김재철 mbc 사장이 노조측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 뒷쪽은 황희만 이사.



김우룡 이사장은 엄기영 사장의 사표수리를 이끌어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재 여론의 부메랑이 김우룡 이사장을 겨누고 있어, 김재철 사장의 요청을 쉽게 무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김재철 사장이 요청한 ‘이사 해임’은 방문진의 결정권을 개입한 것이다. 이러한 개입은 방문진이 MBC 사장의 인사권에 개입한 것과 비슷한 사례에 해당할 수도 있다.

김우룡 이사장은 엄기영 사장에게 행한대로 받게 될까 그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우룡 이사장은 엄기영 사장의 인사권에 개입하면서 엄사장이 사표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처럼 김재철 사장이 윤혁 이사의 해임 및 황희만 이사의 보직변경을 강력하게 요청할 경우, 김우룡 이사장은 허수아비 이사장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MBC 이사회가 방문진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MBC의 독립성이 다시 입증되는 것이다.

한편, 4일 7시에 예정된 MBC 촛불 문화재는 취소됐다. 날씨가 MB편에 선 것이다. 비가 오면 MB에게 유리하고, 맑으면 MBC에 유리한 것이 촛불문화재의 독특한 성격이다. 4일은 비가 내려 MB의 승리로 끝났다.


김재철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의 싸움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