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선수단 축하 KBS MBC SBS 공동 생중계

 

모태범과 이상화는 참 친해보였다. 국민들에겐 금메달 영웅들이지만, 그들에겐 서로가 친한 친구였다. 모태범도 이상화도 소녀시대 노래가 나오면, 입술이 따라가고, 발에 리듬이 가는 그런 평범한 소년, 소녀였다.

 

7일 오후 6시 정각에 시청에서는 밴쿠버 올림픽 선수단 국민대축제 행사가 생중계로 열렸다. 밴쿠버 올림픽 기간 동안 신경전을 벌였던 방송3사는 이 날만큼은 KBS, MBS, SBS 공동으로 생중계를 진행했다. KBS만 취재진들에게 연락을 했고, 문을 열어줬다.

 

모태범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입장했다.
▲모태범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입장했다.


모태범 선수가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선수단이 시청에 마련된 무대 중앙에 나타났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10대 소녀들은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다. 바리톤 김동규가 ‘WE ARE THE CHAMPION'을 열창하자, 관중석은 다소 조용해졌다. 하늘은 구름이 잔뜩 껴 돔형식으로 감싸는 듯 했다. 날씨는 상당히 쌀쌀했다.

 

월계관을 썼던 밴쿠버의 주인공들이 잠시 무대에서 내려와 청중속으로 들어왔다. 무대에는 소녀시대를 비롯 연예계의 영웅들이 무대를 주름잡는다.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빙판의 영웅들도 발을 리듬에 움직이며, 함께 따라한다. 관객들은 무대에 누가 나오든 상관없이 스크린에 모태범과 이상화가 클로즈업 되면, 비명이 쏟아졌다.

 

빙판의 영웅들이 소녀시대와 함께 무대에 섰다. 빙판보다 미끄럽지도 않은 무대에서 그들은 목석처럼 굳었다. 빙판이 아닌 곳에선 빙판의 영웅들도 미끄러운 것 같다. 입술로 가사만 조심스럽게 따라 부르고, 여기 저기 눈치만 본다. 눈치보는 몸짓에도 그들은 빙판의 영웅들이다.

 


소녀시대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태범 선수
▲소녀시대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태범 선수



청중의 열기는 추위에 묻혔다. 무대 배경으로 불꽃이 하늘로 치솟자 다소 따뜻해졌다. 객석에 돌아온 빙판의 영웅들도 담요속에 손을 넣고, 추위를 깊이 숨긴다. 이상화 선수가 스크린에 갑자기 튀어나오자, 본인이 본인을 보면서 얼굴을 손으로 가린다. 빙판에선 의식해야할 것이 빙판만 있는데, 빙판밖에선 의식해야할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ZIP카메라가 허공을 오고가면서 전체 화면을 자유롭게 포착할 때마다, 방송화면이 비치지 않는 곳에선 사회자들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팔짱을 껴야 다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차가운 겨울봄이다. 발동동 굴리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빙판의 영웅들도 추운 것은 매한가지다.

 

“여리고 어린 소녀들인데, 빙판에서는 어쩜 그렇게 쏜살같이 날아서 국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물해주셨습니까”라고 가수 인순이가 축하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한 인순이도 무대에서는 빙판의 영웅들처럼 곳곳을 누비면서 자유로운 몸짓을 선보인다. 가수는 무대에서, 선수들은 빙판에서, 취재진들은 카메라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딸려고 순간을 포착한다.

 


청중속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이상화 선수와 모태범 선수
▲청중속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이상화 선수와 모태범 선수



그러나 빙판의 열기도 얼음이 녹듯이 곧 녹을 것이다. 사람의 기억속에서 금새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밴쿠버 선수들도 스크린에 비친 자신들의 몸짓을 다른 누군가를 보듯이 멀리 쳐다볼 뿐이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참으로 친한 모습이 눈에 확 띈다. 청중들은 금메달을 딴 모태범을 외치지만, 이상화나 모태범은 금메달을 따기전 서로가 친분이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으로.

 



사람과 사람으로 영웅들은 담요속에서 가만히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4년후 새로운 도전을 구상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