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자에서 제외되면서 원전 수출에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또 다시 신규원전 중단 방안을 내놓으면서 원전 생태계 고사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신규원전 백지화 정책의 이행을 위해 지난 6월 신한울 3·4호기 신규 원전 사업종결 방안을 마련했다.
한수원은 현재 두산중공업과 3000억원 규모의 주기기 계약이 들어간 것을 비롯해 신한울 3·4호기 매몰 비용 마련을 위해 사업별 투입비용이 최종 확정되는 대로 산업통상자원부에 투입비용보전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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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1·2호기 전경/사진=연합뉴스 |
당초 경북 울진군에 들어서기로 계획된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008년 수립된 제4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돼 진행된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평가되는 'APR 1400'(시설용량 1400MW)이 적용된 모델이다.
또한 2016년 한국전력기술과 종합설계용역 계약 체결 이후 지난해 2월 산업부 전기위원회의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으며, 부지확보가 완료돼 오는 2023년 12월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한수원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조속 사업종결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천지 및 대진원전과 달리 예정구역해제가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와 협의를 통해 사업종결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한수원이 6·13 지방선거 다음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 1·2호기 및 대진 1·2호기 사업 종결을 결정한데 이어 신한울 3·4호기 사업 종결이 현실화될 경우 최근 수주전을 펴고 있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신고리 5·6호기 완공 이후 국내에서는 5~6년의 공백이 발생, 관련 업체들이 경영난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터빈을 비롯해 국내 원전 주요 부품을 공급한 두산중공업도 가스터빈·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나 수익성 제고가 쉽지 않으며, 중소·중견기업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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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6일 고리1호기 영구폐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특히 해외 사례 및 원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같은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은 밸류체인의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후 30여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한 미국은 부품 밸류체인이 무너지면서 건설비 급등을 비롯한 경쟁력 약화에 직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건설에 들어갔던 원전 4기 중 2기가 건설비 문제로 사업이 중단됐으며, 1995년을 마지막으로 원전 건설을 중단한 영국도 기술력이 저하되면서 외국 자본 및 기술에 의존해야 건설이 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국내 원전 산업도 2~3년 주기로 발주되는 사업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건설이 이어지지 않으면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며 수출에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수출을 통해 원전 생태계를 보전하겠다고 했으나 탈원전 정책을 이어갈 경우 해외에서도 국내 원전을 찾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에 실패할 경우 국내 업체들은 국내외에서 설 곳을 잃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굴기'를 선언한 중국 등으로의 인력·기술유출이 본격화 될 수도 있다"며 "선배들이 지난 몇 십년간 공들여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이 단기간 내 무너질까 걱정스럽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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