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오는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 함유량 감소 규제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탈황설비를 구축, 저유황유 판매를 통한 정유부문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당초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IMO의 규제가 시행될 경우 국내 정유사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선사들이 저유황유 사용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화위복'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IMO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방안 중 선박에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하는 것은 선령 20년 이상의 노후 선박이 많아 도입하기 어려우며, 액화천연가스(LNG)선을 도입은 투자비용 및 화물공간 손실 등의 이유로 남은 방안인 저유황유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2020년 저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국적선과 저유황유 수요량이 각각 1350척, 1121만톤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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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오일뱅크 SDA 공정 전경/사진=현대오일뱅크 |
이런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2일 SDA 공정을 완료하면서 업계 최초로 고도화율 40%를 달성했으며, 연간 1400억원 규모의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SDA는 잔사유에 ▲프로판 ▲부탄 ▲펜탄 등을 비롯한 용매를 혼합해 아스팔텐 성분을 제거하고 DAO를 추출하는 것으로,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 설비에 DAO를 투입,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스팔텐 성분을 고도화 공정에 투입시 경질유로 전환되지 않는 대신 숯덩이로 변하며, 공정에 투입되는 촉매에 달라 붙는다. 이 경우 촉매 수명이 단축되며 경질유 생산 수율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달부터 정유·고도화설비 증설 마무리 작업을 위해 연인원 20만명을 투입, 일일 정제능력과 고도화 설비 용량을 각각 10만·4만6000배럴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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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RUC 전경/사진=에쓰오일 |
에쓰오일도 지난 2015년부터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올렉스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 설비를 짓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질유 비중이 12%에서 4%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은 올 하반기 상업가동이 예정된 이들 설비가 국내 단일 플랜트 공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고유황 중질유를 저유황 연료유 및 건축·생활소재 등 석유화학 원료로 바꿔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 역시 2020년까지 울산공장 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구축하기 위해 1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설비는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디젤·저유황 연료유를 비롯한 고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일일 생산량은 3만8000배럴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 역시 27만4000배럴의 고도화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며 "저유황유 시장 공략을 통해 비정유부문 대비 수익성이 낮은 정유부문의 실적을 제고하려는 정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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