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모두 NCC 가동…총 10조원 투자 단행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수익구조 안정화 모색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정유사들이 공격적으로 석유화학사업 투자를 단행,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연간 150만톤 규모의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울산 온산공장 인근 부지 40만㎡을 매입하고 타당성 검토를 수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오는 2023년까지 5조원 가량을 투자해 짓는 이 설비가 완공될 경우 국내 정유4사 모두 납사크래커(NCC)를 가동하게 된다. 스팀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 부산물인 납사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쓰는 설비로,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NCC를 가동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올레핀 생산시설(MFC)를 건설하고 있다. MFC는 납사 뿐만 아니라 액화석유가스(LPG)와 부생가스 등 정유 공정 부산물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으며, 연간 70만톤의 에틸렌과 50만톤의 폴리에틸렌(PO)을 생산할 전망이다.

   
▲ (왼쪽부터)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7월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석유화학사업(HPC) 투자합의서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과 함께 2조7000억원을 투자, 대산공장 내 올레핀과 PO를 생산하는 HPC 설비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PC는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 원료로 사용하며, 탈황중질유·부생가스·LPG 등 다양한 유분을 60% 가량 투입할 수 있어 NCC 대비 원가 부담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석유화학업계가 설비 신·증설 계획을 표명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석화부문에 10조원 가량을 투자, 본격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면서 에틸렌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LG화학이 2조6000억원을 들여 전남 여수공장 내 NCC 및 PO 생산시설울 증설하고 롯데케미칼이 미 루이지애나에 건설 중인 에탄크래커(ECC)와 여수공장 NCC이 완공을 앞둔 가운데 최근 한화그룹이 한화케미칼·한화첨단소재·한화토탈 등 석화부문 계열사에 5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공급과잉을 부채질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정유사들이 올 2분기 영업이익에서 비정유부문의 비중 급감에도 석화 투자를 단행하는 원인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경기 민감성 감소 등이 꼽힌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로고/사진=각 사


실제로 올 2분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이익 효과 및 석유제품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총 2조15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그간 실적을 견인해온 비정유부문의 비중은 감소했다. 지난해 비정유부문의 비중이 64%까지 올랐던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 2분기 37.4%까지 떨어졌으며,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30%대에서 21%로 내려앉았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30%대에서 10.3%까지 감소했으며, 에쓰오일의 경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석유화학부문의 스프레드는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의 반등으로 하반기에도 정유부문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등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석화부문이 정유부문 대비 경기에 둔감해 안정적인 경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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