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 여 인파 KBS 본관 계단 앞에 운집

10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언론노조산하 KBS본부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국방송공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청구에 성실히 응해야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11일 출범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엄경철 위원장은 출범식에서 “어제 법원의 판결은 오늘 태어나는 새노조에게 기쁜 선물이다”며 “지혜가 없더라도 조합원들의 지혜를 믿고, 용기가 없더라도 언론의 사명을 끝까지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 행사장에는 400여 인파가 운집했다. 새노조 출범과 함께 KBS 내부에서는 현 KBS 노조가 ‘헌노조’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출범식이 열린 KBS 본관 계단에는 400 여 인파가 몰렸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출범식이 열린 KBS 본관 계단에는 400 여 인파가 몰렸다.


11일 12시 정각에 출범식은 시작했다. 무대 중앙 배경에는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제목이 단정적 표현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로 사용됐다. 그러나, 계절은 봄인데도, 날씨는 매섭게 추웠다. 내린 눈도 녹지 않은 속에서,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및 취재진들이 몰렸다. 각계 내노라하는 인사들도 모두 공평하게 KBS 본관앞 계단에 평민처럼 앉았다. 진홍색 넥타이를 단단히 조여 맨 엄경철 위원장은 표정속에 긴장감이 엿보였다.


엄경철 언론노조 KBS 본부 위원장이 투쟁가를 부르고 있다.
▲엄경철 언론노조 KBS 본부 위원장이 투쟁가를 부르고 있다.



엄경철 위원장은 이내규 부위원장과 함께 무대에 올라 “어제 법원 승소판결은 KBS 새노조 출범에 선물과 같다”며 “지금은 800명으로 똘똘 뭉친 새희망 새노조가 곧 1600명으로 2000명으로, KBS 직원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내규 부위원장도 “묵직한 바위처럼 자리를 지키며, 조합원과 함께 하겠다”고 짧고 굵게 인사를 마쳤다.


우측부터 엄경철 언론노조 KBS 본부 위원장, 이내규 부위원장
▲우측부터 엄경철 언론노조 KBS 본부 위원장, 이내규 부위원장



이근행 위원장도 축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오전에 김재철 사장과 결렬된 협상을 다시 재개하는 것으로 타협한 끝에, 비난의 화살을 얻어맞고 있는 여론을 잔뜩 의식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면서 “MBC는 총파업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어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총파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듯 공정방송을 위해서 KBS 노조와 함께 힘을 합쳐 맞서 싸우겠다”면서 “광장을 사이에 두고 그동안 헤어졌던 형제를 만나 참으로 기쁘다. 총파업 카드는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 위해 잠시 비축해놓은 것 뿐이다”고 말했다. 축사를 마치자, KBS 본관 계단에서는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출범특보 5호를 통해 “2008년 8월 8일 정권이 내려 보낸 낙하산 특보 사장이 KBS를 점령했고, 뉴스와 프로그램 공정성은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앞에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비판정신이 무장 해제된 공영방송의 전파는 여당 정치인들의 잔치판으로 전락했다”며 “방송장악을 획책하는 정권의 음모에 맞서 공영방송 KBS를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빼앗긴 들에는 봄이 온다!!”는 구호아래 출범한 언론노조 KBS 본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엄경철 위원장과 김인규 사장의 새로운 서막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