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과 MBC 노조 사이에서 특임이사 묘안”

10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5분만에 퇴장하면서, MBC 노조의 요청을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김재철 사장이 11일 윤혁 이사 및 황희만 이사의 보직을 해임했다. 10일 오후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노사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출근저지 투쟁을 강행하겠다”고 표명한 이후, 즉각 입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두 이사 모두 MBC 이사직이 유지된 속에서 보직만 해임된 것이다. TV제작본부장직이 박탈된 윤혁 MBC 이사는 MBC 프로덕션 사장으로 임명됐다. 황희만 이사는 새로운 보직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윤혁 MBC 이사(우산쓴 쪽)과 황희만 이사(우산 안 쓴 쪽)
▲윤혁 MBC 이사(우산쓴 쪽)과 황희만 이사(우산 안 쓴 쪽)



두 이사의 보직이 변경되면서,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노사합의를 지킨 것으로 간주한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은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출범식에서 “MBC는 총파업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총파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 위해 비축해 놓은 것 뿐이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김재철 MBC 사장이 ‘이사직 유지 보직 해임’의 묘안으로 출근저지 투쟁의 험로를 일단 피했지만, 극단적 대립구도로 대치하고 있는 방문진과 MBC 노조를 모두 만족할 만한 TV제작 본부장 및 보도본부장을 어떻게 선임할 지, MBC 상황은 1막이 끝나고, 2막이 곧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 이사장과 이근행 위원장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식 선택을 강요당한 모양새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