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호주, 일본 등 화웨이 베제 동참
보안 문제 넘어 통상갈등 등 정치적 이슈화
[미디어펜=김영민 기자]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업체 선정이 임박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정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중국 장비업체들을 배제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이통사들이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내년 3월로 예정된 5G 상용화 준비를 위해 다음달까 장비 업체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중국 장비 도입 여부를 놓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KT 직원들이 5G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제공=KT


국내에서 유일하게 4세대(4G)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5G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으나 최종 결론에 앞서 최근 해외서 잇따른 배제 분위기와 국내 상황 등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는 LTE 전국망 구축 당시 화웨이 장비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5G에서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과 KT는 해외에서 확대되고 있는 중국 장비업체 배제 바람과 국산 장비 도입 압박에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실제 5G 중국 장비 도입은 보안 문제와 함께 정치적 이슈까지 겹치면서 이통사들의 최종 결정에 혼선을 주고 있다. 미국의 중국 장비 배제로 인해 통상갈등이 심화되고, 호주, 일본까지 동참하면서 국제적인 통상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국내 장비 도입을 강조하면서 국내 이통사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중국 정부의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의미는 단말기, 장비 등 한국기술이 사용된다는 것"이라며 국산 장비 사용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화웨이에 비해 5G 장비 개발이 다소 늦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도 "5G 전국망 장비를 이통사들이 원하는 적기에 공급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어 선뜻 화웨이 장비 도입을 선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과 KT는 기존 LTE망과의 연동 등을 고려해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텔레콤의 경우 화웨이가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에서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기존 망과의 연동, 보안 문제를 들어 화웨이를 배제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KT는 SK텔레콤보다 선택에서 더 자유로운 상황이다.

반면 중국 장비 도입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도 존재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화웨이 등 중국 업체에 연간 수십조원대의 반도체를 팔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장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향후 통상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통3사 모두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에 대해 이미 내부적으로 각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시장의 논리가 아닌 정치적 이슈로 번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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