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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최주영 기자. |
[미디어펜=최주영 기자]SK그룹이 때아닌 '총수 사익 편취' 논란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최근 기업가치가 급상승한 자회사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잔여 지분을 특수관계인 최태원 회장이 매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의혹이 확산이 됐다.
이번 논란은 최 회장이 SK가 지난해 실트론 경영권 지분 51%를 인수한 후 잔여주식 중 29.4%의 지분을 개인 자격으로 매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 SK가 지분 추가 매입이 가능했음에도 최 회장에 인수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SK 측은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의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SK가 사업기회를 유용했다”며 의혹을 제기중이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결과론적이고 케케묵은 지적”이라는 반응이다.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매입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익 편취’가 아닌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 성격이라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지분매입 당시 실트론에 대한 중국 측 기업결합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던 시기였다. 공정경쟁 입찰이라는 특성상 중국·일본 등 해외에 인수당할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또 SK는 LG실트론 인수 전부터 하이닉스를 비롯해 아이리버, 동양매직 등 4개 기업 M&A에 쓴 돈만 4조5천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를 병행했다. SK가 인수하는 회사마다 매출이 2~3배 이상 뛰면서 중박 이상은 쳐버리니, 시장에서는 SK의 다음 M&A 타깃이 무엇이 될지 더욱 주목받던 시기였다.
재계 관계자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시격언을 언급하며 “재산(계란)을 한 가지 방식(바구니)으로 운용하지 말고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은 주식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SK가 주식 전량을 매입할 경우 또다른 투자기회가 줄어들고 리스크(부담)도 커지는 상황이어서 실익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총수 지분이 20%가 안 되더라도 부당내부거래 행위를 하면 공정거래법상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실트론 지분 공개입찰에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실트론 인수와 맞물려 나오는 사업기회 유용 의혹 등은 모두 매입 이후 결과론적 관점에서 제기되는 것들이다. 정작 SK 본사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는 공정위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최 회장이 투자해야 할 명분과 전략을 만들어 이미 시장에서 가시적인 결과까지 도출한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정당한 투자수익이 ‘사익 편취’로 변질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SK실트론이 지속적 적자상태를 유지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총수의 선제적 투자가 고무줄(?) 같은 주가 움직임을 따져 회사 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다소 넌센스 아닐까. SK와 공정위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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