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김재철 사장과 2단계 돌입

미디어몽구에 따르면, 11일 오후 7시 MBC앞에서 열린 MBC 지키기 촛불 문화재는 시민 50 여명밖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촐한 촛불잔치였던 것 같다. 추위 탓도 한몫한 것 같다. MBC 지키기 촛불 문화재는 지난 4일에도 ‘우천관계로’ 취소됐다. 이어 11일에는 추위탓에 시민들은 따뜻한 집으로 일찍 귀가한 것 같다.

우연의 일치로, 지난 4일에는 MBC노조와 김재철 사장의 극적인 협상이 있었다. 윤혁 이사 및 황희만 이사의 보직 박탈 협상건이 그것이다. 그날 이후로 출근저지 투쟁이 중단됐다. 또 당일 예정된 촛불 문화재는 비가 와서 모양새 좋게 취소됐다.

지난 11일에는 김재철 사장이 일주일전 했던 그 약속을 이행했다. 노조가 요구했던 두 이사의 보직박탈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단지, 두 이사 모두 특임이사로 전환된 것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촛불 문화재의 사실상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이미 노사간 합의를 했기 때문에 시민들도 MBC의 무엇을 지켜야하는 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 입장에서 MBC목에 잘 달린 방울로 비유될 수도 있다. 윤혁 이사 및 황희만 이사의 두 작은 방울이 제거됐지만, 큰 방울은 제대로 달린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MBC 노조는 총파업 카드는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 위해 비축해놓은 것이다고 주장한다. 보도본부장 및 제작본부장에 정치적 인물이 임용될 경우에는 총파업카드를 사용하겠다고 의견을 분명히 전달했다. 과연 MBC목에 잘 달린 김재철 사장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방문진에 어떠한 방울을 달아 달라고 요구해야 할까 이쪽 저쪽 모두를 만족할 만한 중립적 방울이면, 가능한 것일까 그런 모호한 색깔의 방울이 있기나 하는 것일까

재밌는 것은 KBS노조와 MBC노조가 결과론적으로는 똑같은 행동에 도달했는데, KBS노조는 새노조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분열을 초래했고, MBC노조는 더욱 똘똘 뭉쳐있다는 것이다. KBS노조는 당시 낮은 투표율로 76표의 부족으로 총파업이 부결됐고, MBC노조는 높은 투표율로 넉넉히 총파업이 가결됐고, 총파업 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MBC노조는 총파업카드는 유효하다면서 “보도본부장, 제작본부장, 국장단 인사는 구성원들이 납득할만한 분명한 인사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하며, 그렇지 못하면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 “PD수첩 진상규명이나, 시사보도 프로그램 개폐, 시사교양국 의 존폐까지 이뤄진다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표명했다.

MBC문제는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로 좁혀졌다. 방문진에서도 MBC목에 보조 방울 2개를 더 달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시민단체 및 야당입장에서도 MBC를 지키기 위해서 방문진 목에 방울을 달아야한다는 것도 알고는 있다. 과연 누가 달러 갈 것이냐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노조측이 선호하는 색깔의 방울을 방문진에 내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 사장은 방문진이 원하는 색깔의 방울을 MBC목에 달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얽혀있는 MBC 사태를 직면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방문진 및 김재철 사장에게 방울을 달아야한다고는 하는데, 11일 50명이 모여 촛불잔치를 했다는 것이다. KBS 새노조 탄생 축하파티에도 400 여명이나 참석했는데, MBC 지키기 촛불 문화재에 50 여명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병력에도 못 미치는 숫자가 혹 아닐까


9일 최문순 의원이 MBC 청문회 요청 토론회에서 “MBC는 문제가 많다고들 하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군가 나섰으면 하는데, 모두가 나는 아니었으면 한다”면서 “내가 나설 때, 집에 있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먼저 책임지겠다”는 발언이 다시 한번 깊게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