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쿠바 국민행복 못시키는 것 절감, 자유주의 시장경제 옹호자 전향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2007년 진보진영에서 우고 차베스를 배우자는 붐이 일었다. 서울시 교육감선거에서 승리한 조희연 교육감은 성공회대 교수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에게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던 ‘한국사회포럼 2007’은 6월 항쟁 20주년을 기념한 토론회에서 차베스 영상을 틀고 그의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1999년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고, 15년간 반시장, 반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해 왔다. 그 결과 국민들은 심각한 생필품 난에 시달리고 있다. 비누 하나를 사고 다음날 또 하나를 더 사면 투기죄로 징역형에 처해질 정도다. 참다못한 시민들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율, 부정부패와 범죄를 해결해 달라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우고 차베스를 배우자’고 국민들을 호도하던 진보진영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도리일 텐데 일언반구 말이 없다. 심지어 이들이 교육감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일에 직접 나서고 있으니 차베스의 주장이 교육정책에 적극 반영될까 우려될 지경이다. 이념 앞에서는 지식인으로서의 양심 따위는 없어 보인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20일 서울 전동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유치원 학부모, 교직원,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반시장 국유화정책의 '우고 차베스 배우자'던 진보 교육감들, 왜 반성없나  

이런 상황에서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을 지지하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자유주의로 전향한 노벨상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새삼 주목하게 된다. 페루 출신의 바르가스 요사는 1950~60년대에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해 있었다. 그가 지지했던 쿠바 정부는 의회를 폐쇄시키고 법원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언론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기본적인 교육과 의료조차 받기 어려웠다.

바르가스 요사는 쿠바의 현실을 보며 사회주의 사상이 결코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유주의로 사상적 전향을 결심했다. 이후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회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옹호하는 활동을 했다.

바르가스 요사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과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감명을 받았다. 칼 포퍼의 저서에 대해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서’라고 평했을 정도로 깊은 찬사를 보냈다. 그는 포퍼가 주장한 열린사회의 개념이 자유를 탄압하는 독단과 광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고 믿었다. 또 정치인들 중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과 마가릿 대처 전 영국총리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는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빈곤한 국가일수록 정부가 기업가 정신이 꽃피울 수 없게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피델 카스트로와 우고 차베스를 비판했고, 체게바라의 혁명 전략에 대해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근대화를 20년이나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체 게바라 혁명전략은 남미 근대화 20년 지연시켰다" 비판

바르가스 요사는 이후 페루의 개혁을 위해 대통령 선거에 직접 출마하기도 했다. 1980년대 말 페루의 알렌 가르시아 대통령이 사회주의 정책을 고수하며 은행을 국유화하려 하자, 이는 전체주의의 첫 번째 단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정치운동을 시작했다. ‘대처리즘’을 내세우며 중도 우파 연합인 '민주전선'(프레데모)당의 후보로 1990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안타깝게도 경쟁자인 알베르트 후지모리에게 패배했다.

그는 선거 패배 이후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자로 남겠다고 선언하며 집필활동에만 몰입했다. 그러나 후지모리가 독재를 시작하자 정치적 침묵을 깨고 국민들에게 정권에 대항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범을 보였다. 후지모리에 저항하는 뜻으로 1993년 스페인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

2005년 그는 왕성한 자유주의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어빙 크리스톨상을 수상했다. 사회비판적인 문학활동으로 2010년 노벨상을 받았다. 여전히 각종 이슈에 대해 자유주의적 시각을 내놓고 있으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한때 사회주의자였던 안병직 교수는 ‘어제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늘은 옳지 않았고, 오늘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내일은 옳지 않았다’는 표현을 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많은 방황을 했지만, 결국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결단을 내렸다. 또한 칼 포퍼는 “젊어서 마르크스에 빠지지 않는 사람은 바보지만, 그 후로도 마르스크주의자로 남아 있으면 더욱 바보”라고 했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신념을 바꾸는 것은 ‘변절’이 아니라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적 행동’이다. 아직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사상적 지조에 집착하는 지식인들이 바르가스 요사와 같은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