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따냈던 선수들이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적으로 만나 투타 대결을 펼친 결과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장면이 나왔다. KIA 안치홍이 두산 함덕주를 울렸다.

4일 잠실구장에서는 아시안게임을 끝내고 다시 재개된 KBO리그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양 팀의 아시안게임 출전 대표선수들 가운데는 두산 4번타자 김재환만 이날 선발 출전했다.

하루 전 해단식 때까지만 해도 같은 대표팀 소속이었던 선수간 맞대결이 승부처에서 성사됐다. 두산 투수 함덕주와 KIA 타자 안치홍의 투타 대결이었다.

   
▲ 사진=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1-3으로 끌려가던 KIA가 8회초 좋은 반격 기회를 잡았다. 두산은 7회까지 1실점 호투한 선발 린드블럼을 8회초 들면서 박치국으로 교체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던 박치국은 김선빈 한 타자만 상대했는데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를 허용하고 김승회로 교체됐다. 

김승회가 대타 류승현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포수(박세혁)의 2루 견제 실책이 나오면서 두산이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김민식이 친 유격수 정면 땅볼을 김재호가 떨어트리는 실책을 하며 KIA가 한 점을 내 2-3으로 추격했고, 무사 1, 2루 기회가 이어졌다. 다음 타자 이명기가 보내기번트를 시도한 것이 1루수 오재일의 재빠른 수비에 걸려 2루 대주자 유재신을 3루에서 포스아웃 시켰다.

1사 1, 2루가 된 상황에서 두산은 가장 믿는 불펜투수 함덕주를 구원 등판시켜 불끄기에 나섰다. 함덕주는 대표팀에서도 불펜 요원으로 좋은 피칭을 하며 한국의 금메달에 힘을 보태고 돌아왔다.

그러자 KIA도 아껴뒀던 카드를 꺼냈다.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던 대표팀 주전 2루수 안치홍을 대타로 내세운 것. 안치홍과 함덕주, 두 대표선수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안치홍은 1볼에서 함덕주의 2구째를 매끄러운 스윙으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히는 2루타를 때려냈다. 2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3-3을 만드는 동점 2루타였다. KIA 응원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두산 응원단은 침묵했다.

안치홍에게 동점타를 맞은 함덕주는 버나디나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로 몰린 뒤 최형우에게 우전 적시타까지 맞아 추가 2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함덕주는 강판당할 수밖에 없었다.

역전으로 분위기를 탄 KIA는 이후 타순이 한바퀴 돌며 김선빈의 적시타, 이명기의 2타점 2루타가 터져나오는 등 두산 불펜을 초토화시키며 8회초에만 무려 9점을 뽑아내 10-3으로 경기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국가대표 함덕주가 위기를 막지 못한 두산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고, KIA는 '안치홍 효과'로 화끈한 역전을 했다. 그렇게 두 국가대표의 명암에 팀 승부도 갈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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