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실적 박주영맹신, 잠재력 김신욱 활용못해, 전략도 간파당해

   
▲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
지난 23일 대한민국 축구팀이 아프리카의 짐승 알제리에 4:2로 대패하였다. 나도 전반에 3;0으로 진 뒤에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면 왜 전국민의 지지와 함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까?

알제리전에서 보여준 홍명보 감독의 리더쉽을 중심으로 분석해보자. 우선 홍명보감독은 잠재성보다 가능성에 너무 기대를 걸었다. 최근 현대철학에서는 인간을 판단할 경우에 가능성(possibility)과 잠재성의 개념을 엄격하게 구별한다. 이 개념은 현대철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베르그송과 들뢰즈가 강조하는 개념이다. 즉 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그 사람의 과거의 성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조건과 환경이 달라 질 경우에 현재에도 과거와 같은 성과를 내는데는 오류가 많다는 이론이다.

   
▲ 알제리전에서 참패한 홍명보 감독은 과거의 활약, 즉 가능성만 믿고 박주영을 맹신하고, 잠재성이 있는 김신욱등을 활용하지 못했다. 알제리는 한국전을 앞두고 선수를 대폭 교체하는 등 전략전술을 바꿨지만, 홍명보는 러시아전 멤버를 그대로 기용해 전략에서도 졌다. 수비수 출신 감독치고는 확실한 수비수 후배 하나를 키우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진 세계무대에 서기는 한계가 있다. 손흥민 선수가 알제리전에서 패배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에 해외용병을 데려올 때는 엄청난 기대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그 선수가 성과를 내었던 과거의 환경과 조건이 현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있지만 성공의 확률은 낮다는 이론이다. 이에 반하여 잠재성이라는 것은 현재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평가하여 미래에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히딩크감독이 무명의 박지성을 키운 것이나 현재 넥센의 무명 선수들이 맹활약을 하는 경우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 홍명보 감독(가운데)은 지난 23일 알제리전에서 참패하면서 리더십과 전략전술에서 커다란 허점을 보였다. 과거 실적만 믿고 박주영을 맹신하고, 잠재력있는 김신욱등을 활용하지 못했다. 러시아전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그대로 기용해 적에게 전략을 간파당했다. 알제리감독은 벨기에전에서 출전한 선수들을 대폭 교체해서 전략을 바꿔 한국팀을 유린했다. 수비수 출신감독이 확실한 수비수하나 키우지 못한 것도 문제다. 홍감독은 아직 글로벌 무대에 서기에는 한계가 많다.

어느 경우가 정답이냐는 결론은 낼 수 없지만 리더는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만 의존해서는 안되고 끊임없이 잠재성 인재를 발굴해서 그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중요한 이론으로 강조되고 있다.

삼성의 이병철회장은 인재제일을 경영이념 첫번째로 내걸었고 특히 사장감은 과장이나 부장때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같이 부사장 역할을 잘 해서 사장이 되는 것이 아니고 과장이나 부장 때의 활약상을 보고 사장감으로 키운 경우이다. 이수빈회장(삼성생명) 경주현부회장 (삼성중공업) 안시환부회장(삼성전자)들이 모두 40대 초반에 대표이사를 지낸 것도 이러한 이병철회장의 철학에서 배출된 경영자들이다. 번에 홍명보감독이 너무 4년전 런던 올림픽에서 활약한 박주영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실제로 김신욱등 잠재성 카드를 활용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결국 알제리와의 일전은 절대로 질 수 없는 전쟁이었지만 전략에서 알제리에 패배하였다고 할 수 있다. 작년에 102세로 사망한 베트남의 군인 영웅 보 구엔 지압의 전략은 단 한가지이다. "적이 원하는 시간에,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적이 원하는 방법"으로 절대로 싸우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 원칙으로 지압장군은 1950년대 프랑스와 60년대 미국과 80년대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다시말해 우리 전략은 러시아전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하여 알제리전에서 그대로 들고 나온 반면에 알제리는 5명의 선수를 교체하고 고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전략으로 나와 한국을 당황하게 하였다.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전술 변화도 빨리 가동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3골을 허용하였다. 이는 이미 시합 전에 수 읽기 싸움에서 알제리에 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세번째는 홍명보 감독은 영원한 리베로라고 불릴 정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수비수 출신 감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수비수를 길러내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수비수 출신 감독인 만큼 수비하나는 역대 최고였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함에도 김영권 홍정호 한정국 골키퍼 정성룡 누구하나 믿음을 주지 못하였다. 알제리는 이점을 파고 들어 한국 골문을 뒤 흔들었다.

이는 청소년대표팀 감독과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거쳐서 누가 생각해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이 유력했던 홍명보 감독이 과거부터 꼭 육성했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홍명보감독은 최근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가장 사랑을 받은 감독이다. 기아자동차 K9광고 모델로도 나왔고 최근에는 삼성전자 TV광고 모델로도 출연하였다.

그러나 세계무대의 명장으로 등극하기에는 아직 모자란 점이 많다. 이제 남은 벨기에전에 최선을 다 해주시고 뼈저린 자기혁신을 통하여 새로운 지도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