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를 통해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이 망가지거나 정상적인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맹점 발생

사회적 경제는 대개 시장경제와 대응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시장과 대응하는 것은 대개 정부인데 사회적 경제는 정부가 직접 시행하는 경제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라 일컬어지는 주체들의 구체적 형태로는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면 이같은 사회적 경제와 시장경제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가 25일 프리덤팩토리 의원입법평가시민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회적 경제는 선진경제인가’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든, 시장경제든, 뭐가를 생산해서 판매하고 그 수익을 분배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생산하려면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하고, 또 판매해서 수익을 내려면 팔릴만한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경제나 시장경제는 같다.

차이점은 생산에서의 협동 관계,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어떠한가이다. 시장경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거래나 협동이 중심을 이룬다. 아이폰을 설계한 미국 애플사의 디자이너는 그 설계도로 공장에서 아이폰을 제조하는 중국 팍스콘 노동자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 한국 아이폰 사용자들은 중국의 노동자든, 미국의 설계자든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그처럼 시장경제는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협동과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거래를 통해서 형성된다.

반면 사회적 경제는 아는 사람들끼리의 생산과 거래를 추구한다. 서울시의 협동조합 지원 정책의 구호가 ‘마음에 맞는 사람 5명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다. 마을기업은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생산을 한다. 생협(생활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조직은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와 생산자가 같은 조합원으로서 서로 아는 사이이기를 추구한다.

아는 사람끼리의 경제,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의 경제라는 특징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사회적 경제의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들끼리 생산해서는 생산성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사람끼리 모여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십중팔구 값은 비싸고 품질은 열악한 제품이 생산될 것이다. 자기들끼리 서로 사주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제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자꾸 정부보고 사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세금으로 지탱되는 경제, 결국 그것이 사회적 경제다.

사회적 경제는 배타적인 경제, 닫힌 경제일 때가 많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잘해보자는 것을 뒤집어 보면 남들은 배제하자는 것일 때가 많으니 말이다. 반면 시장경제는 익명의 경제이면서 동시에 열린 경제이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과의 협동과 거래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은 한국노동자들이 디자인하고 베트남의 젊은 노동자들이 제조한다. 한국의 디자이너와 베트남의 노동자는 서로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지만 시장경제를 통해서 서로 협조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미국의 젊은이들이 구매해서 잘 쓴다.

시장경제는 이 같은 열린 협조 관계와 열린 거래 관계를 통해서 시장경제는 인류로 하여금 마을단위의 기업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적 경제는 열린 경제, 글로벌 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선진경제와 정반대의 이상을 추구한다.

한편 현실에서의 사회적 경제는 그같은 거창한 이상 보다는 스스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기업을 만들거나 또는 그런 사람을 고용할 목적의 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의 사회적 기업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일자리 제공형이 전체의 60%이다. 혼합형이나 기타에 속한 것의 상당 부분도 그같은 일자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사회적 목적 실현 유형별 사회적 기업 현황 (출처: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 재정지원사업 매뉴얼, 2012) 

그런 목적의 사회적 경제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른 자생적 일자리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도 뭔가를 생산할 것이고 그 제품이 기존의 다른 제품을 대체하는 한 기존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위협받게 된다. 그렇더라도 경쟁력 있는 제품이 팔려나가는 것이라면 좋은 일이지만, 생산성 낮은 사람들의 제품을 정부 돈으로 메워서 팔게 해준다면 사회적 경제라는 명분 하에 정상적 일자리를 파괴하는 정책이 된다. 또 비싼 원가를 들여서 싸구려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복지 서비스 같은 분야는 어느 정도 그럴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복지 서비스 전달이 정부의 독점 비즈니스인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도 생기면 일종의 경쟁자가 생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과 경쟁 관계의 비즈니스를 사회적 기업이라며 보조해준다면 자생력 있는 기업을 밀어내는 결과가 초래된다.

사회적 경제 자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마을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사회적 기업이든 원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고 스스로 제품을 팔 수 있다면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시장경제에 익명성이나 상품경제적 속성이 마음에 안드는 사람에게 사회적 경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일에 세금을 쏟아 붓는 일이다. 그 세금은 대부분 시장경제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세금으로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를 위해 시장경제를 줄이는 것이다. 생산성 낮은 경제를 확대하기 위해 생산성 높은 경제를 억누르는 것이다. 폐쇄형 경제를 확대하기 위해 개방형 경제를 줄이는 것이다. 내가 낸 세금이 그런 비효율적인 일에 쓰이지 않길 바란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면 사회적 경제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돕는 것이 더 낫다. 사회적 경제는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 자신의 힘으로 꾸려나갈 때에 선진경제의 일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