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가 부동산 9·13부동산대책을 내놓은지 약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매수-매도자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 지면서 거래공백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KB부동산 시세를 분석 결과, 10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49% 상승하는데 그쳤다. 9·13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인 9월 10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1.20%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오름세가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매주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정부는 9·13부동산대책을 통해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고 신규 주택담보 대출에 갖가지 규제를 가했다.
대책 발표일 이후 신규 구입한 주택을 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할 경우에도 기존 제공하던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제외 등의 세제 혜택 또한 받을 수 없게 됐다.
집을 한 채라도 보유한 사람들은 규제 지역 내 추가로 집을 사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강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집주인들의 매도 호가가 크게 떨어지진 않는 상황에서 규제로 인해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며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정부가 겹겹이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자기 자본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주택 매매 자체가 어려워졌다”면서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호가를 유지하고, 매수자들은 ‘언젠간 떨어지지 않겠냐’며 기다림을 이어 나가며 거래 자체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출 규제에 매수-매도인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면서 한 달째 거래가 뚝 끊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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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3 대책 한달이 다가온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집값 진정국면은 올해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은 경기도 한 택지지구 내 아파트 전경.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미디어펜 |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는 이 같은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대책의 유효성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 내에서 다주택자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15일부터 시작될 전세자금대출 보증 요건 강화 등 정부의 돈줄 죄기가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를 제외하고서는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일 자체가 봉쇄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또 “최근 주택시장에서 단기 급등했던 것이 진정국면으로 들어가며 거래량은 감소하고 올 연말까지 가격은 보합 정도로 유지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다음 달 국내 금리인상 가능성, 연말게 수도권 3기 신도시 발표 등 이슈가 산재한 상황인 만큼 다시 집값이 급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정책 발표가 유효했다기보다는 떨어질 시기가 돼서 집값이 안정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 교수는 “집값 폭등세가 주춤한 것을 9·13 부동산대책의 효과라고 단정짓긴 어렵다”며 “폭등세는 정부 정책과는 관계없이 때가 되면 가라앉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또 “아직은 9·13 부동산대책의 유효성을 평가하기란 이른감이 있다”면서도 “다만 금리 인상, 거시 경제 악화 등 시장 불안 요소들이 많은 만큼 진정 국면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에만 열중한 채 지방과의 양극화 문제 해결에는 사실상 손을 높으면서 지방 주택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월 첫 주차 지방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 주 보다 0.03% 하락했다. 특히 8개 도는 0.11% 하락하며 전 주(0.09%) 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 쏟아지며 주택 가치가 저평가된 상황”이며 “공급과잉에 집값 경쟁력을 상실한 데다 지역 경기 침체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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