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경찰서, “구호 외쳤으니 불법집회다” 경고

MBC 노조원 20 여명은 18일 3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재철 사장,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는 신동아 4월호 기사 때문이다. 이 기사는 2년전 미네르바를 취재했던 신동아 기자가 직접 인터뷰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미네르바는 가짜 미네르바로 밝혀졌지만, 김우룡 이사장과 인터뷰는 녹취록이 있는 것으로 현재 알려져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MBC 본사 벽에 '신동아 4월호 기사'가 벽보처럼 붙었다.
▲MBC 본사 벽에 '신동아 4월호 기사'가 벽보처럼 붙었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김우룡 이사장이 8개월간 권력의 장단에 신이 나서 춤춘 것을 자랑삼아 신동아 취재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는 사실, 8개월간 정권이 MBC에 개입한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노조는 김우룡을 몰아낼 것이고, 김재철 사장도 몰아내겠다”고 표명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노조원들이 짧고 강하게 구호를 외치자, 갑자기 어떤 경찰이 ‘확성기’를 들고 “불법집회”를 했다고 경고했다. 그 경찰은 “미신고 불법집회를 했으니, 자진해서 해산하길 바란다”며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기자회견 관계자 여러분께 자진해산을 명령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는 모든 기자회견이 끝나는 막바지에 또 똑같이 확성기로 발포됐다.

 


MBC 노조원들이 청와대근처, 청운동사무소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몇번의 구호를 외치자, 종로 경찰서 경비과장이 불법집회를 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MBC 노조원들이 청와대근처, 청운동사무소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몇번의 구호를 외치자, 종로 경찰서 경비과장이 불법집회를 했다며 해산명령을 내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C 노조원들과 동석한 여의도 경찰서 관계자는 “구호를 외치면 집회지만, 이것은 기자회견이지, 집회는 아니다”면서 웃었다.

 

경찰들의 ‘웃기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MBC 노조측은 “청와대는 공영방송의 조인트를 깐 책임자를 단죄하라”면서 “MBC 구성원들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안겨 준 김재철 사장은 지금이라도 청와대 누구의 지시로 김우룡이 지칭한 대학살을 자행했는 지 고백하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재철 MBC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영방송 MBC의 독립과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에는 권력기관이든 방문진이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면서 “김우룡 이사장이 MBC 구성원은 물론 국민에게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할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기사를 작성한 신동아 기자에 대해선 “특정 인사의 말만 듣고 본인에 대한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사실을 보도한 신동아 기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제기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MBC 노조원이 신동사 4월호 기사를 들고있다.
▲MBC 노조원이 신동아 4월호 기사를 들고있다.



신동아 4월호 기사에 대해 방송문화진흥회도 “김우룡 이사장이 인터뷰 과정에서 쓴 ‘큰 집’이란 표현은 취재기자와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사담처럼 지나가는 말로 한 것으로 방문진 이사회를 비롯한 MBC 관리감독 조직과 사회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을 의식해서 통칭해서 쓴 것이다”면서 인터뷰 사실은 인정했다.

 


이근행 위원장과 김재철 사장의 타협안이 MBC 총파업 사태를 잠잠히 덮고, 김재철 사장의 취임식이 곧 거행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제작 본부장 및 보도 본부장이 없는 상황속에서 불거진 신동아 사건은 ‘김재철 사장의 취임식’까지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