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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영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한국지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계기.” “한국시장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
한국지엠이 오는 19일로 계획중이던 주주총회 개최를 반대한다는 KDB산업은행의 가처분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한국지엠측의 법인 분리가 속도를 내게 됐다. 앞서 지난 10일 한국지엠은 디자인센터,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분리,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집중 전담할 신설 법인을 만들겠다고 공시한 후 주주총회 의결만 남겨둔 상태다.
주총에서 법인 분리가 가결될 경우 ‘GM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가 설립된다. 연구소와 생산기술 관련 인력 3000여명이 새로 설립되는 지엠테크니컬센터로 이동한다. 한국지엠은 법인분리의 효과로 중형급 SUV 등 신차 프로젝트 수주를 통한 경쟁력 강화, 부평공장 생산 증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소형 SUV 윗급 차량 개발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법인 신설을 통해 순수 국내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노조는 한국지엠 법인 분리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단계’라는 주장이다. 지난 5월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에 대한 피해의식이 큰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 16일 조합원 투표를 진행해 과반수 찬성을 얻어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로 오는 22일 중노위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이 추진 중인 법인분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과 유럽에서 공장과는 별개로 기술 센터를 운영 중이며 삼성, LG 등 대기업들도 연구소 별도 법인이 존재한다. 한 기업이 연구개발 분야를 독립시키겠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분야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카허 카젬 사장도 "GM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 설립은 우리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도약"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주장대로 법인 분리가 성공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법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지엠은 연구개발 법인 별도설립에 따라 부평 공장의 생산량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산업부와 KDB산업은행, GM이 맺은 기본계약서에는 향후 최소 10년간 신차 생산계획이 포함돼 있어 국내 철수는 오해라는 시각이다. 주총 개최를 앞둔 상황에서 산은과 노조가 반대하더라도 한국지엠 법인 분리는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노조의 쟁의행위는 회사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거의 매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개발 부문을 강화해 GM이 판매하는 베스트셀링차를 개발하다가 파업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지엠은 법인분리를 계속하면서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우선 R&D와 생산 분리로 생산부문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노조의 우려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높은 품질과 비용경쟁력, 그리고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GM이 한국지엠 정상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대가로 2028년까지 신차투입과 투자를 비롯한 사업계획을 확약한 것이다. 법인 분리에 대한 노조의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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