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파트 약 99% 층간소음 취약한 '벽식 구조'
층간소음 적은 기둥식 구조보다 대비 공사비용↑
대한민국은 인구 60%가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동주택이 주된 주거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속출하고 있다. 층간소음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층간소음 등 문제의 해법을 개인에서 찾을뿐, 적극적 대안 마련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건설사의 적극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미디어펜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진단하고, 지혜로운 해결책 모색을 위한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층간소음②]층간소음 원인은 '공법' 때문?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층간소음은 기본적으로 이웃 간의 배려의 문제다. 하지만 층간소음의 원인과 해결법이 반드시 '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층의 발소리가 아래층에 그대로 전달되는 등 소리에 취약하게 지어진 아파트의 건축 구조도 층간소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신축 아파트 대부분은 ‘벽식 구조’를 택하고 있다. 국토부 통계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전국에서 2007년부터 10년간 공급된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중 98.5%(194만 가구)가 벽식 구조를 채택했다. 

아파트 구조는 크게 벽식 구조와 기둥식(라멘) 구조로 나뉘는데, 벽식이란 기둥이 없이 벽으로 천장을 받치는 구조를 일컫는다. 이 같은 벽식 구조에서는 바닥 울림 등이 벽을 타고 다른 세대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진동 등을 일으킨 바닥과 무수한 접점을 가진 벽이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는 까닭이다. 종이 상자 윗면을 두드리면 상자 전체가 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벽식 구조가 아파트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과천, 분당 등 신도시 건설 등을 추진하며 빠른 속도로 많이 지으려다 보니 이 방법이 보편화 됐다. 공기 단축이 곧 비용인 까닭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아파트는 기둥식(라멘) 구조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둥식 구조는 천장에 수평으로 보와 기둥을 설치하는 구조다. 이들 보와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형태인 만큼 바닥 울림 등의 소음이 보와 기둥으로 분산돼 소음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 벽식 구조와 기둥식 구조 차이 /그래픽=미디어펜


실제 국토부 조사 결과 기둥식 구조가 벽식 구조보다 층간소음 차단 효과가 1.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도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 얇음에도 중량 충격음 만족도가 80%로 벽식(65%) 보다 높게 조사됐다. 

정부 역시 새로 짓는 아파트에 기둥식 구조를 채택할 것을 권유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벽식에 비해 골조 공사비가 비싸 건설사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3.3㎡당 골조 공사비를 비교하면 벽식은 약 66만원, 기둥식은 약 82만원으로, 기둥식이 벽식에 비해 24%가량 비싼 셈이다. 전용면적 84㎡ 기준 공사비가 약 500만원 추가되는 셈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둥식을 택하게 되면 천장고도 높아지게 되고 이에 따른 가구 수의 감소도 감수해야 한다”면서 “공사비용 자체도 많이 드는 데다 가구 수도 줄어들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층간소음 줄이자고 이를 택하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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