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향후 약 4200억원 규모의 추가자금 투입은 주주 간 약속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2일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최종 한국GM 부사장이 던진 말이다. 일각의 반대에도 법인분리를 강행중인 한국지엠에 대해 “나머지 공적자금 집행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과는 대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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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최주영 기자. |
최종 부사장의 발언은 지난 3월 배리 엥글 GM 사장의 말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당시 한국을 찾은 엥글 사장은 우리 정부와 노조에 한국GM의 자구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4월20일 부도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군산공장 폐쇄로 3500명의 일자리 존립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정부와 노조의 협조가 없을 시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발언이었다.
노사가 데드라인을 넘겨 자구안 성격의 임단협에 극적 합의를 이루면 한국GM은 GM과 산은으로부터 약 7.7조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GM은 한국에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를 설치하는 등 향후 10년간 사업을 이어간다고 확약했다. 하지만 ‘공적자금’이라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지 5개월만에 한국GM 철수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는 왜일까.
한국GM은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우려 표명에 대해 산은과 한국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과노조의 합의를 카드로 활용해 왔다. 신차 배정과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 역시 우리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노조의 인건비 절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GM측은 주장해 왔다. 이런 일관적 태도 덕분에 국내 시장에서는 ‘먹튀(먹고 튀다) 기업’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기업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12년간 정부 지원금을 받아 연명하다가 결국 철수한 호주GM 사례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는 법인 분리 건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압박하고 있지만, 향후 생산성과 판매실적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 남아있는 부평, 창원 공장도 폐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GM은 법인 존립 당시 2013년 철수설이 불거졌을 때 "우리는 여기 남을 것이다(We are here to stay)"라는 TV 광고까지 냈지만 정부 지원금이 끊기자마자 철수했다.
우리 정부가 한국GM의 공적자금 투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GM이 비록 한국에서 10년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한국GM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이유를 대고서라도 철수를 강행할 것이다. 그나마 정부의 공적 자금이 철수를 몇년 유예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일 수도 있다. 추가 공적자금을 받겠다는 한국GM을 믿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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