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5일 장애우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이른바 '무릎 호소 사건'으로 한동안 우리 사회가 떠들썩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17년만에 장애우들을 위한 특수학교를 강서구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역주민의 강력 반발로 상황이 악화됐던 것이다. 사회적약자인 장애인들은 정부와 사회가 최선을 다해 보살펴야 할 이들이다. 정부가 발달장애 및 중증 중복장애에 대해 평생케어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하다. 미디어펜은 '아름다운 동행' 연재를 통해 장애우들의 교육 실태와 현황을 조망하고, 교육권 회복을 위한 제언과 사회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무릎호소1년③]장애인 특수학교 교육권 회복하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사태는 봉합됐지만 '한방병원·주민복합시설 건립에 협조하겠다'는 시교육청의 섣부른 합의가 '특수학교는 기피시설'이라는 님비(Not In My Backyard·NIMBY) 사례를 남겨, 향후 장애우를 위한 특수학교 신설이 다시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다루어져선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년전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던 장애우 학부모들이 지난달 5일 "강서특수학교 합의를 철회하라"며 눈물로 촉구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조희연 교육감은 일주일 뒤인 12일 한방병원 부지 무상제공이나 부지확정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학교용지 용도폐지 및 매각은 공유재산법이 정한 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특수학교 설립은 엄연히 교육감 권한이었지만, 주민이익단체와 정치인에 떠밀려 '나쁜 합의'를 맺었고 이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받아 이를 번복하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장애인 특수학교의 '교육권 회복하기'는 거창한 캠페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언제 어디에서든 장애인 주차공간을 비워두기로 약속한 것과 같이 소소한 일상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고 의식 구조에 정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다수가 겪는 사소한 불편보다 장애인 본인이 겪는 불편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전화위복으로 끝난 이번 서울시 강서 특수학교 설립 사례는 '집값 하락'이라는 경제적 편견을 명분으로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며 '약자'의 목줄을 쥐고 협상에 나섰던 일부 몰지각한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채유미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5)과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앞서 서울시교육감과 설립반대 비대위 간의 합의를 규탄한 바 있다.
채유미 의원은 "장애학생 학부모가 지역주민에게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모습을 우리 국민들이 보았다"며 "이러한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똑같은 교육 주체로서 헌법에 보장된 교육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장애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가 눈물을 흘리는 현실을 직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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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 9월1일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2층 강당에서 열린 '2019학년도 특수교육대상자' 초등학교 입학설명회 모습./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
이귀남 서울시 갈등관리심의위원장 또한 이에 대해 "지금까지 발생한 공공갈등의 주된 원인은 시민과 소통 없이 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밀어붙이는 것에 있었다"며 "지금까지 정부측 전유물로 인식되어왔던 정책결정·집행권을 당사자인 시민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센터 공동대표는 "지자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불신과 대립이 고조될 수 있다"며 "최근 들어 이와 같은 갈등 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시민들 권익의식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 17년만에 새로이 들어서는 특수학교인 강서구 서진학교는 내년 9월 개교를 목표로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만 서초구 나래학교와 중랑구 동진학교 등 특수학교 설립이 계획되어 있는 가운데, 서울 25개 자치구 중 8곳에는 아직 특수학교가 없다.
이들 지역에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던 시교육청은 장애 통합교육과 특수학교 교육 방식을 체계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달 특수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통합교육도 확대되며, 장애우들의 방과후 수업과 돌봄교실 등이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각 자치구와 협력해 특수교육 실무진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이와 관련해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대책발표 간담회'를 갖고 "장애인도 차별 배제되지 않고 비(非)장애인들과 생활하며 행복할 수 있는 포용국가를 만들겠다"며 "자식의 처지를 호소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부모님의 아픈 마음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보였는지 반성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설될 장애인 특수학교들이 '님비 현상'이라는 벽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공존의 공간, 새로운 행복공간으로 거듭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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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 4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2018 발달장애인 인식개선강사가 찾아가는 장애이해교육 하트해피스쿨' 모습이다./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