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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말리부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자동차 업계가 각종 난관과 악재에 봉착했다. 아직 가을이지만 벌써부터 다가 올 휘몰아치는 한파에 업계가 떨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인분리 문제로 철수설에 휘말린 한국지엠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길 위기에 처한 르노삼성자동차까지 최소 연말까지 안고 가야 하는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한국지엠의 법인분리 사태다. 한국지엠이 연구개발(R&D)법인 분리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한국 철수 사전작업' 의혹은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마치 '먹튀'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왜곡됐다.
지난 5월 최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와 2대주주 KDB산업은행이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체결한 협약도 산은이 GM의 농간에 넘어간 것으로 치부됐다.
한국지엠으로서는 중간에 끼인 꼴이 됐다. 한국 정부와 산은, 그리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모기업인 GM이 한국에서 사업 지속 의지를 증명해야 하고 GM측에는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이동걸 산은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한국지엠에 출자하기로 한 7억5000만달러(8400억원) 중 미 집행된 절반을 집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최악의 경우 산은이 출자금 집행을 중단하고 GM 본사도 이를 빌미로 '한국에서 10년간 생산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철수 절차에 착수하는 상황까지 우려된다.
철수설의 불씨를 지핀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쟁의권 확보가 무산됐음에도 불구 청와대 앞 노숙시위와 대시민 선전전 등으로 법인분리 저지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9일 주주총회 결의로 법인분리 절차에 착수한 한국지엠은 12월 3일 분할등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사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이후 내수 판매량 급감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으로서는 간신히 끌어올린 소비자 신뢰가 다시 추락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연말 성수기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철수설'에 고스란히 묻힐 형편이다.
르노삼성은 임단협 교섭이 최대 난관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완성차 5사 중 가장 늦은 6월에 임단협 교섭에 착수했으나 기본급 인상액 등 임금성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지난달 14일 16차 본교섭을 마지막으로 교섭은 결렬됐고,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이달 4일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이후에도 교섭 재개가 이뤄지지 못하다 노조가 새 집행부 선거체제로 돌입하면서 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기는 사태까지 우려된다.
노조는 내달 5일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 등 집행부와 지역구별 대의원 선거를 실시한 뒤 8일 당선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새 집행부가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교섭에 착수하는 시점은 내달 중순을 넘길 수도 있다.
임단협을 연내 마무리하려면 한 달 반 동안 일사천리로 교섭을 진행해야 하지만 그동안 노사간 이견이 컸던 것을 감안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새로운 인물들로 집행부가 구성되면 사측 입장에서는 새로운 협상 파트너와 백지 상태에서 교섭을 시작해야 한다. 시일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기면 내년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은 내년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후속모델 재배정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형편이다.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내년 9월로 끝날 예정이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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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
현대·기아차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연말까지 판매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3분기까지 양사의 글로벌 판매실적은 543만7473대로 올해 판매목표인 755만대의 72%에 불과하다.
해외 시장에서 판매실적을 끌어올리는 것 못지않게 절실한 과제는 두 기업이 속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하고,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주주들과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비율을 문제삼으며 제동을 걸자 결국 개편안을 철회했다.
당시 오너 일가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여러 의견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보완·개선한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구조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공정위의 요구 수준을 만족시키고,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올해를 넘기면 지난해 6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 요구 이후 지나치게 오래 시간을 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르면 올해 말 새로운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각 기업별로 악재가 산적해 있어 어느 때보다 추운 연말이 될 것 같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노사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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