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 내정자 /사진=한국투자증권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2년간 최연소이자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혔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체제에서 ‘정일문 체제’로 변신을 꾀한다. 최근 증권업계의 동향에 발맞춰 ‘투자은행(IB)’ 부문에 힘을 주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는 리더십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무려 12년 만에 ‘CEO 세대교체’를 단행하기로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23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내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한투를 이끌어 온 유상호 사장은 증권 부회장으로, 정일문 부사장은 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이날 발표는 즉시 업계의 화제를 집중시켰다. 업계에서는 유 사장이 다시 한 번 연임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적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역대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작년부터 꾸준히 10%대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투의 올해 3분기 ROE는 12.7%로 같은 기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비단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한국투자금융지주 김주원 사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이강행 부사장을 지주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로 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권종로 전무도 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예정이다.  

앞으로 한투를 이끌게 된 정일문 부사장은 1963년생으로, 한투의 전신인 동원증권에 1988년 입사했다. 주식자본시장(ECM)부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까지 IB분야에서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른바 ‘IB통’으로 손꼽힌다. 

정 부사장은 2010년 당시 공모금액 4조 8000억원 대의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히는 삼성생명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을 맡아 화제가 됐다. 그밖에 삼성카드·삼성SDS·NS쇼핑 등의 IPO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2016년부터는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 재직 중이다.

결국 정 부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한 것은 한투가 IB 부문에 힘을 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IB부문을 강화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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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사장은 인사 발표 당일 서신을 통해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1988년 10월 증권업계에 입문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다”며 “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남짓 만에 대형증권사 CEO가 되었고, 지난 30년 중 직원 생활 11년, 임원 생활 19년, 그 가운데 CEO를 12년간 역임했다. 너무나 과분하다”고 글을 시작했다. 

뒤이어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증권업계 사상 역대 최대의 실적이 기대된다”며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올 최적기라고 생각한다”고 사장 자리를 내려놓는 맥락에 대해 말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린 올해가 변화를 모색할 적기”라면서 “IB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증권업계 경향에 맞춰 IB통인 정일문 신임 사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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