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가업상속세 완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완화 대상에 중소·중견기업만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로 곤혹을 치르는 건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마찬가지인데 대기업을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건 엄연한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가업상속세 완화를 추진할 방침이지만 대기업은 그 대상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상속세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다 경영승계의 경우 할증이 붙어 65%에 이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이다. 이처럼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 승계의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비단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역시 상속세를 최대 난제로 바라보고 있다. 2016년 중견기업 실태조사 결과 ‘상속·증여세의 부담’, ‘엄격한 가업상속공제요건’을 이유로 중견기업의 78.2%가 가업승계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자산 5000억 원 이하 중소기업이나 직전 3년간 평균매출이 3000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에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대폭 확대되긴 했지만 이마저도 적용 요건이 엄격하고 까다로워 연평균 실적이 60건 안팎에 머물며 이용률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에 공감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달 인사청문회에서 “가업상속세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기재부 장관이 된 후 적극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상속세 완화 대상에 대기업을 제외시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른바 ‘대기업 패싱’ 상속세 완화는 반쪽자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가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역차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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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업상속세 완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완화 대상에 중소·중견기업만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로 곤혹을 치르는 건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마찬가지인데 대기업을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건 엄연한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진=연합뉴스 |
경제 전문가들은 상속세를 ‘부의 대물림’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중소·중견 기업에는 아량을 베풀면서 대기업은 안 된다는 발상은 결국 대기업에 대한 미움이 근간이라는 지적이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한국의 상속세율은 할증을 고려할 때 6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이는 기업 상속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세계는 지금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 추세”라며 “우리의 인식구조에 따라 최고로 높은 상속세 부담을 유지할 경우에 국가경제성장에 지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 경영권을 지키면서 상속세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상속인의 상속을 불로소득, 부의 대물림, 부의 양극화, 소득 불균형 등으로 이해하여 강제로 박탈하는 것은 약탈적 저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상속한다는 것은 기업의 존속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을 붕괴시키고 결국은 한국을 붕괴시켜 기업의 미래와 후손의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진단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제도의 개정 역사는 재벌의 상속세 절세를 막으려는 시도의 역사였다”며 “대다수 국민들이 자식에게 상속을 하지만 실제 상속세를 내는 경우는 매우 희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속세를 존치할 경우 세율을 소득세와 같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경영권 할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영국, 독일처럼 경영권 상속 시 상속세 감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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