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90주년 행사에 1500명 참여”

취재수첩

동아일보 90주년 행사가 롯데 소공동호텔에서 1일 6시에 열렸다. 행사 시작 30분전부터 롯데호텔은 인파로 붐볐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손님들을 앞서 맞이했다. 김영삼 前 대통령,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용훈 대법원장, 김형오 국회의장, 정운찬 국무총리 등 정계의 거물급 인사들은 거의 참석했다.

단지, MB와 MBC 사장만 보이질 않았다. 김인규 KBS 사장과 우원길 SBS 사장도 참석했다.

동계올림픽에서 빙판의 영웅으로 불린 모태범과 이상화 선수도 행사장에 나타났지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있어야할 정도의 행사였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들도 마을 이장 정도다. 대한노인회 김영성 사무총장이 눈에 띄였지만, 그도 소년처럼 조용히 앉아있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우측)이 동아일보 90주년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우측)이 동아일보 90주년 행사에 참석해,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성경 마태복음 24장에 보면 “그 날 환난 후에 즉시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리라”고 되어있다. 90주년을 맞이하는 동아일보의 태양앞에서 정치권력의 해달별같은 존재들이 빛을 잃는 모양새였다. 하얗게 차려입은 앙드레 김도 어두워 보이질 않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참석했지만, 보이지도 않았다.

동아일보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의식해 정치인들의 축사를 비켜갔다. 단지 동영상으로 녹화한 문화계, 외국계, 스포츠계 인사들의 축사로 자리를 대신했다.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지운 민족 신문, 희망을 안겨주는 파랑새, 언론직필” 등이 동아일보의 핵심적 색채라고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말했다. 9명의 선택받은 인물들이 90주년 기념 신문인쇄 기념촬영으로 뽑혔다. 정치계 인물로는 김영삼 前 대통령만 무대에 올랐고, 대부분 시청자들과 관련 있었다. 이상화 선수도 선택받았다.

무대 중앙에는 의자가 한 개도 설치되지 않았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서있었고, 그 옆에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보였다. 김영삼 前 대통령과 모든 권력자들도 앉을 수 없는 자리였다. 앉을려면 구석에 처박힌 의자로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동아일보 기념행사는 힘있는 자에게나, 일반시민에게나, 의자를 없앤 것에 대해선 참 공평했다.

그날 그곳에선 누가 높고, 누가 낮고 없이, 키가 조금 크면 머리카락만 살짝 올라 보일 정도로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었다.

미디어오늘 사진기자와 블러그 언론의 대명사인 미디어 몽구도 보였다.



30분만에 끝난 기념행사 후, 김재호 사장은 편안하게 손님들을 접대했고, 거물급 인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행사장에서, 인절미와 음료로 잠시 힘에 눌린 압박감을 푼,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각자의 무대에서는 모두 해처럼 빛날 사람들이다. 동네 아저씨처럼, 시골 아줌마처럼 모두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모두 평범하게 낮아져, 동아일보의 90년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