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보수 프레임만 굳힐 것…외연 확장에도 부정적”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을 싸고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5·18 조사위원 추천을 차일피일 미뤄 온 한국당이 되레 ‘5·18 프레임’에 갇혔다는 지적은 물론 다음 총선에서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거란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당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권태오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법 판사 등 3명을 5·18 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식의 주장을 하던 지만원 씨는 결국 추천명단에서 빠졌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은 반발했다. 특히 한국당이 추천한 5·18 조사위원들의 과거 이력을 문제 삼았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전 기자는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법원과 국방부에 의해 확인된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과정도 부인했던 인물”이라며 “차 전 판사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을 하며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특조위 무력화에 앞장섰다”고 꼬집었다.

한국당과 다수의 사안에서 공동전선을 펼쳤던 바른미래당도 이번에는 “5·18 민주화운동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해오거나 북한군 투입 주장에 동조했던 사람이라면 (조사위원) 자격이 없음이 자명하다”며 “한국당은 진정으로 진상규명을 할 의지가 있느냐”고 각을 세웠다.

아울러 ‘5월 어머니회’ 등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도 국회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계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된 한국당은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현재 추천한 5·18 조사위원이 적절한 인사라는 점을 ‘침묵’으로 주장하는 셈인데, 다만 이를 두고 “한국당의 ‘수구보수’ 프레임만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한 야당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프레임을 잘못 짰다”고 전제한 뒤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안에서 한국당이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이미 ‘지만원 논란’으로 한차례 소동을 겪고서도 수구보수 이미지를 굳히려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과거 박근혜 정권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재산 압류 등 상당히 가혹하게 했었다”며 “한국당은 5·18 민주화운동에 있어 태극기부대 등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서 실체를 밝히려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차기 총선이 있는데,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기질 못한다”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한국당의 대응은 외연 확장과는 반대인 측면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 자유한국당은 14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권태오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특수작전처장(상임)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방법원 판사(이상 비상임) 등 3명을 추천하기로 했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