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아직 조사만 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2일 긴급현안질의가 있었다.

이종걸 의원이 김태영 장관에게 “1팀만 20분 중 5분만 구조작업하는 것이 해군이 자랑하는 구조작업이냐”고 정곡을 찌르자, 김태영 장관은 “그러면, 다 처박을 것이냐”고 성질을 부렸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돌발상황도 발생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답변에 주로 참여했다. 김형오 국회 의장은 긴급현안질의가 시작되자, 일찌감치 자리를 비웠다. 나중엔 안상수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의장석에 앉았다.


정운찬 국무총리(맨 앞쪽)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맨 뒤쪽)이 국회 긴급현안질의를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맨 앞쪽)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맨 뒤쪽)이 국회 긴급현안질의를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거의 시험보는 학생처럼 그곳에 앉아있었다. 질문에 잘못 답변하면 ‘위증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죽자 살자 공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운찬 총리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였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노련하게 느껴졌다. 미리 짐작한 예상문제를 중심으로 열심히 프린트물로 공부를 했고, 각 당별로 질문이 시작했다.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거의 정부를 대변하는 ‘형식적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했고, 홍보성 질문이 계속됐다. 가끔 웃음도 나왔다. 긴급 현안질의라기 보다는, 국민의 불안을 달래주면서, 북한측 공격일 가능성을 높이는 질문으로 몰고갔다. 그러나 김태영 장관은 ‘북한의 소행’으로 예단하는 것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좌측)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뭔가를 논의중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좌측)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뭔가를 논의중이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사라진 잠수정 2척’에 대해서도 김태영 장관은 “먼 곳에 있어서 침몰한 천안함과 연관성은 미약하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태영 장관의 답변은 일관적이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중이다. 기다려달라. 피로 파괴설, 암초 좌초설, 북한 기뢰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정확한 시각은 3월 26일 금요일 21시 21분 57초라고 김 장관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천안함 침몰 당시 핸드폰으로 통화했던 수병의 애인이 전화가 끊어진 시각이 21시 16분이다. 그렇다면 그 6분동안 무슨 일이 천안함에 벌어졌던 것일까라는 질문도 이어졌다.

생존한 58명, 실종한 46명, 침몰한 천안함에 대해 김태영 장관은 일관되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 것도 아직은 모른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국방부의 침묵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국방부의 수작”이라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주장도 의원들이 제기했다.

이종걸 의원은 김태영 장관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한 해군의 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처럼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은 “잠수원이 20분동안 물속에 들어가 5분동안 작업을 하는데, 나머지 잠수원들은 가만히 기다려야하죠. 맞죠”라고 묻자, 김태영 장관은 “맞다”라며 “국민들이 이해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태영 장관은 “그곳은 수심이 세고, 혼탁해서 줄이 엉킬 우려가 있어서 라인을 1개만 내려보내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박선영 의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와 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의 군대 안 간 사실을 집중 공격했다.
▲박선영 의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와 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의 군대 안 간 사실을 집중 공격했다.



박선영 의원은 “천안함이 백령도 근처에까지 접근한 것은 당시 KBS에서 방송한 백상예술대상의 화질을 선명하게 볼려고 했다는 말이 떠돈다”면서 “사실관계에 답변하라”고 정운찬 총리에게 요청했다. 정운찬 총리는 “유언비어다”고 말했다.

이어 박선영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 및 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의 군대문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박선영 의원이 “천안함에 설치된 레이다가 어떤 것이냐”고 묻자, 정운찬 총리는 “그러한 기술적인 측면의 질문은 국방부 장관이 답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하자, 박선영 의원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는 여자인 나도 아는데,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고 해서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긴급 현안질문에 이정도는 공부를 하고 나오셨어야죠”라고 응수했다.

이어 박선영 의원은 “대통령도 군대를 안 다녀오고, 국무총리도 군대를 안 다녀오고, 비서실장도 군대를 안 다녀오고, 국정원장도 군대를 안 다녀온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서 안보회의를 해서,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는가는 불안감이 확산됐다”면서 “군대를 안 다녀왔지만, 믿을 수 있는 총리라는 것을 국민에게 답변하길 바란다”고 공격했다. 정운찬 총리는 공부안한 학생처럼 버벅 버벅 거리다가, 결국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신상 발언은 안했으면 한다”는 말만 꺼내놓았다.

한나라당은 북한 개입설로 몰고가는 입장이고, 자유선진당은 북한 공격설을 거의 확정적으로 보았고, 민주당은 암초 좌초설로 규정했다. 문학진 의원은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수병이 실종됐듯이 이 나라 정부와 국방부도 함께 실종됐다”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은폐하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태영 장관은 “해상 크레인이 도착했다고 해도, 인양하는 것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수일이 소요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