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제도 위배, 투자 위축 등 악영향, 주가하락, 재무구조 악화

   
▲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16일 서울 여의도 자유경제원 5층 회의실에서 '()보다 실() - 사내유보금 과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사내유보금 과세문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후보자가 취임 일성으로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강흠 연세대 교수등은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지난 1991년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도입됐다가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이중과세라는 비판에 따라 도입한 지 10년 만에 폐지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연교수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기업경쟁력 약화, 국부유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대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했다. 최경환 2기 경제팀장이 12년 만에 이 정책을 부활시키려는 것은 기업 자금을 배당이나 성과급 등을 통해 가계로 이전시켜 소비를 활성화하고 성장률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영용 전남대 교수,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교수등이 주제발표를 하고,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이 패널로 참가했다.

다음은 연강흠 연세대 교수의 주제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 후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을 포함할 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은 자금흐름 개선을 통해 ‘가계소득증대→내수활성화→잠재력 확충’이라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이 무분별한 사내유보를 방지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의 적정수준의 사내유보금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사내 유보금을 배당이나 직원 성과급 등으로 환원할 때 제공해 왔던 세제 상의 혜택을 더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이같은  발상은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급증한 데 따른 즉흥적 발상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GS 등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계열사 사내유보금은 477조원에 달하는 등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사내유보금이 28조3000억원에 달했다.

1990년부터 2001년까지의 국내 법인들의 사내유보는 5% 수준이었으나,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제도가 폐지된 2002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3배 이상 유보율이 증가했으며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 이익금에서 세금, 배당금, 임원 상여 등 사외로 유출된 금액을 빼고 사내에 쌓아두는 나머지 금액’이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관비, 영업외 손익, 법인세, 배당금을 빼고 남아 이익잉여금에 추가되어 기업이 차기연도에 자산매입에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주주를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지급하고 남은 당기순이익은 잔여가치에 대한 권한을 가진 주주의 몫은 배당과 사내유보금으로 사용한다.
 

사내유보금은 배당을 지급한 후 기업에 남겨진 주주의 재산이다. 주주의 몫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 및 주식회사 제도의 취지에 위배된다.

투자를 한다고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내유보를 해야 투자가 가능해진다. 사내유보금은 다양한 자산(현금, MMF 등 유동자산, 토지, 설비 등 비유동자산, 금융자산, 실물자산 포함)의 형태로 보유된다. 투자는 사내유보금의 자산 형태 변화만을 초래하고 사내유보금은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계장비 매입은 현금성 자산으로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된다.

사내유보금에서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가 투자를 촉진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촉진은 사내유보금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즉, 문제의 핵심은 수요를 진작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투자이지 사내유보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내유보의 대안인 배당에 대한 정책 핵심은 주주가 지금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다.  배당은 현재 가져가는 몫이고, 사내유보금은 나중에 가져가는 몫이다. 현재 많이 가져가면 나중에 적게 가져가고, 현재 적게 가져가면 나중에 적게 가져간다.

배당이 소비에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소비가 필요하면, 배당을 안 주더라도 주식을 매각해 소비한다. 소비가 필요하지 않으면, 배당을 주더라고 주식에 재투자한다.  결국 배당은 소비와 상관없이 주주의 투자하는 것과 기업의 투자를 비교해 결정한다.

문제는 사내유보금을 보이는 대로 남는 돈으로 보고, 미래 사용할 돈이라는 의식의 부족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배당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는 등 돈을 푸는 일은 대가를 치러야 하기에 가계 소득 증가, 소비 확대, 투자 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업의 사내유보가 줄면 시가총액이 줄어 가계의 자산가치가 감소하고,  임금을 올리면 기업 경쟁력 상실로 투자가 위축된다. 투자기회 발생시 외부자금 조달에 따른 발행비용(증권발행 수수료, 정보비대칭 비용, 대리인비용 등)이 발생한다.

사내유보금은 부채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내유보는 자본을 확충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한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지난 1990년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도입됐다가 2001년 기업 재무 건전성 강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폐지됐다. 기업의 적정 부채비율의 산정이라는 난제를 선결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유보금으로 근로소득과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는 채찍정책과 당근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채찍정책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해 페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당근정책은 사내 유보금을 배당이나 근로자 임금, 직원 성과급 등으로 환원할 때 제공해 왔던 세제상의 혜택을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채찍이나 당근의 실효성이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득보다 실이 큰, 마음만 앞서 이론과 현실을 모두 무시한 정책이다. 세금을 내고 남은 돈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 배당도 이중과세이나 사내유보금으로 배당을 지급하면 ‘삼중과세’에 해당한다.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 사내에 얼마의 돈을 쌓아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 고유의 영역으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사내유보금 또는 배당정책은 경영판단과 맞물린 전문적인 영역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배당정책을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사항으로 하고 있다.

사내유보 부족시 외부자금 조달에 따른 대리인비용도 지출해야 한다. 비대칭정보 하에서 우량기업이 가치창출 프로젝트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부자금을 확보해 재무적 여지(financial slack)를 둘 필요성이 존재한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적정 수준 이상의 배당을 유도한다.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면 배당액만 올리는 결과를 낳으므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합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투자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투자가 위축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적정 배당과 적정 사내유보금의 평가는 투자기회, 금융시장 경색 정도, 비대칭 정보, 주주의 현금선호도, 세율구조 등에 의해 결정된다.

사내유보금 중 유동성 자산에만 문제를 제기한다면 적정 유동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화폐보유 동기에는 거래적 동기, 예비적 동기, 투기적 동기가 있다. 거래적 동기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보유하는 것으로 현금 결제, 임금 지급이 이에 해당한다. 예비적 동기는  장래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하는 것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투기적 동기는  장래의 이익획득 기회에 대비하는 것으로  인수합병 등 M&A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비적 동기와 투기적 동기에 의한 적정 유동성 보유에 대한 측정 문제가 대두된다.

배당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은 그 정도가 자사주 재매입이나 유보보다 유리할 정도로 충분해야 한다. 배당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배당의 상당부분이 대주주와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자에게 지급되어 내수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당락에 의한 주가하락으로 가계의 자산가치 하락과 배당소득과세로 내수 진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내유보금으로 임금을 올려주고, 더 많이 고용하면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주주에서 임직원으로의 부가 이전될 경우  주가하락에 따라 미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용과 임금은 고정비용으로 경제 악화시 영업레버리지가 증가해 기업부실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성과가 저조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로써 경영악화시 환원할 수 없으면 기업부도의 원인이 된다. 연구개발( R&D)과 신사업에 대한 자금 배분도 부족해진다.

경영옵션(manageroal option) 또는 실물옵션(real option)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영옵션은 사업관련 경영자가 상황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언제나 가치가 있다. 미래의 시설확장(확장옵션)과 투자시점 연기(지연옵션) 등 경영옵션 행사를 위해서는 내부자금(사내유보금)을 확보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내유보금의 부작용도 있다. 잉여현금흐름 가설(Free cash flow hypothesis)에 따르면  경영자주의(managerialism) 또는 기회적 행동주의(opportunistic behavior)가 발생할 수 있다.  대주주 겸 경영자가 사적소비를 비용처리해 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회사의 경우 경영자의 사적소비는 주주가 견제한다. 이는 지배구조 문제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내수 부진문제다. 그러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에서 신중해야 한다.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 보이는 것만 갖고 논의하면 경제를 왜곡시키고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내유보금이 현금성자산이나 금융자산이 아니라 실물투자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효과가 없고,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의 부활 등 실물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