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가 설 연휴 이후 여의도 국회를 주목하고 있다.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법과정에서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재계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 약화 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활력을 회복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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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개정안은 기업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보다 규제수준이 높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국내 실정에 맞는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해외 투기 자본 등경영권 공격세력이 모회사 주식 일부만 확보하면 모든 자회사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소송을 감행할 수 있다. 3% 의결권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가 모두 도입될 경우 이사회의 효율성이 급격이 떨어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중 투표제는 해외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이 달리고 있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취약해 진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원의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간(공격을 시작/종료한 해)의 고용인원은 전년대비 4.8% 감소했고, 공격 다음 해에는 18.1%가 줄었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악영향이 나타났다. 공격 이전 매년 증가하던 설비투자는 공격 기간 중 2.4% 감소했고, 공격 종료 직후(1년) 연도 및 2년 후에는 각각 전년대비 23.8%, 21.2% 줄었다. R&D 투자는 공격한 기간에는 기존 흐름을 유지했으나 공격 다음 해 및 2년 후에는 전년대비 각각 20.8%, 9.7%가 감소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개정안 역시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정안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 폐지, 일감몰아주기 규제확대, 기업집단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가 포함돼 있다.
경제계 원로들은 이 같은 기업법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제42회 전국 최고경영자(CEO) 연찬회' 특강에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투기자본에 경영권을 다 내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기업이 자발적 노력하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 등도 작동 중”이라며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 있다. 법 개정보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확대 매진토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와 고용확대에 사용해야할 전력이 경영권 방어로 분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는 경영환경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문제까지 불거진다면 기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조업 등 기업경기가 얼어분는 가운데 기업 경쟁력에 대한 경고음이 잇달아 울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첨단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역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2012년 이후 3% 초반 이하의 성장률에 머물고 있으며 올해에도 성장세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나노기술뿐만이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따라잡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경기 저점 논란을 지양하고 투자 부진과 성장세 둔화를 막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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