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민연금은 1일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대한항공에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4시간 동안 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위는 한진칼의 경우 정관변경을 추진하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되, 이사해임 안건은 주주권 행사범위에 포함하지 않는 등 제한을 두었다.
기금운용위는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방법으로 자본시장법에 따른 매매규정을 따르기로 했고,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지만 한진칼을 '중정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수탁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한진칼에 대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더 준비한 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대한항공 경영참여를 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 "사안이 악화된다면 단기매매 수익을 포기하면서도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스튜어드십코드 운영의 근본적 목적은 기금 수익성"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지분 보유기업의 임원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등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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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청와대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
기금운용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연기금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앞서 지난달 23일 분과위원회를 갖고 대한항공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해 2명만 찬성하고 7명이 반대했다.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의 경우 4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했는데, 기금운용위는 전문가들 찬반이 비등했던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범위에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제한적 범위에서 경영참여하게 된 이번 결정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국민연금 활동 범위를 규정한 국민연금법에 따른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만 할 수 있어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극 행사에 한계가 있다"며 "기업경영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의 일치'를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대부분 강제로 가입해 자신의 소득 일부를 납부하는 구조"라며 "수익성 제고가 국민연금공단의 근본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민간기업에 관여하도록 가입자들이 위임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 결정에 따라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게 되면 민간기업에 최초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가 된다"며 "이번 결정이 선례로 작용해 재계 전체로 확산되면 기업활동을 더 위축시켜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