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시진핑 연내 타결합의 불구, 협상 진전거의 없어

   
▲ 정인교 인하대교수
7월 초 서울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FTA 협상의 연내 타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난항에 빠진 양국 협상단에게 힘을 실어주어 금년 중 타결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으나, 지금까지 협상의 과정과 구조로 보면 연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5월 시작된 한·중 FTA 협상은 지금까지 제11차 협상을 거치고도 타결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비관적인 견해가 더 많아졌다. FTA 협상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의 FTA는 10차 협상 이전에 타결된다. 또한 선진국과의 FTA 협상 타결에 걸리는 시간은 짧은 반면, 개도국과의 FTA 협상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한·미 FTA와 한·EU FTA 둘 다 8차 협상에서 타결되었지만 한·아세안 FTA 및 한·인도 FTA는 각각 24차 협상과 12차 협상에서 타결되었다. 장기간의 협상 후 타결된 협정 중 우수한 협정을 찾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추진된 협상을 보면 중국과의 FTA 협상은 개도국과의 FTA 협상 전형을 보이고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한·아세안 FTA보다도 진전이 훨씬 더 더딘 편이다. 한·아세안 FTA 상품분야 협상은 11차 협상에서 타결되었다. 하지만 11차 협상까지 진행된 한·중 FTA는 상품분야 시장개방 모델리티만 합의하고 상품분야 양허안 협상은 진전이 거의 없다.

   
▲ 박근혜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FTA의 연내 타결에 합의했지만, 실무협상은 거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채 지지부진하다. 양측이 높은차원의 협상을 통해 타결의지를 보여야 한다.

중국산 농산물 수입을 우려한 농업계의 반발을 감안하여 우리나라는 2단계 협상방안을 중국 측에 제시했고, 세번(HS코드) 기준 90%(수입액 기준으로는 85%) 상품시장 개방을 의미하는 1단계 협상을 제7차 협상에서 합의했다. 이후 90% 개방원칙에 따른 상품양허안에서 우리나라가 무려 천개가 넘는 농업품목을 관세철폐 예외를 의미하는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하자, 중국은 우리나라의 공산품 관심품목을 FTA 예외품목으로 지정하면서 당초 합의했던 수준 높은 협정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경제통합이론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FTA 상대국으로 중국은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제1위 교역대상국이면서 내수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무역장벽 수준이 높으며 지리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의 제조업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산 부품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간재로 투입되는 등 한·중간 제조업의 수직적 분업구조가 정착되어 있어 다수 제조업체들이 중국과의 FTA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편 중국도 우리나라의 FTA 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중국은 한국과의 FTA를 우선 타결하고, 동아시아 경제통합체인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에서 리더십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국 산업구조의 업그레이드와 서비스업 발전을 도모하는데 한·중 FTA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중은 양자간 FTA 체결로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지난 7월 초 정상회담에서 연내 협상 타결에 합의하였지만, 조기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하여 한·중 양국의 긴밀한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먼저 중국 당국은 특별한 이유나 설명 없이 합의된 사안을 갑자기 번복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서비스투자분야를 네거티브방식으로 개방하기로 합의되어 있었으나 중국 측은 지난 11차 협상에서 이를 번복함으로써 서비스투자 협상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과거에도 이러한 번복은 수없이 많았지만, 향후 협상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재발할 경우 협상 타결은 내년에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FTA 협상은 개혁과 개방을 전제로 하는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통상제도가 덜 글로벌화된 중국 당국자들은 한·중 FTA를 자국의 제도 개선 기회로 활용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높은 수준의 협정 타결을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자국의 제도와 관련된 법과 규정을 개정해야 함에도 중국 당국은 자국의 제도에 영향을 주는 협정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지재권과 규범분야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 한·중 FTA를 넘어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리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경제통상제도가 선진화되어야 함을 인식하고 한·중 FTA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역시 FTA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히 자유화 대상에서 농업을 사실상 제외시킨 농업개방안은 개선되어야 한다.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산물 위주로 초민감품목을 설정해야 하고, 전체 비율도 5% 이내로 대폭 줄여야 한다. 현재 연간 4천만 달러 수입되는 중국산 한약재와 같이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초민감품목으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사료와 고구마줄기 등 민감성을 납득하기 어려운 품목도 적지 않다. FTA 추진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시장개방안을 다시 작성해야 할 것이다.

넷째, 범국가적인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내부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협상에서는 소관부처만이 민감이슈를 담당해 왔고, 상위 협상그룹에서 ‘주고받기’ 타결이 없었다. 한·중 양국 모두 각 이슈별 소관 부처의 입장이 강한 반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협상전략 수립이 부족하다. 각 작업반에서 타결하기 어려운 사안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민감사안들은 수석대표 간 협의를 통해 입장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 양국 정상이 타결해야 하는 초민감이슈도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경제규모가 있는 국가간의 FTA 협상은 우여곡절을 거친 후 타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11차 협상까지 진행되었음에도 한·중 FTA는 원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본격적인 논란은 앞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14일부터 18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되는 제12차 협상 진전 여부는 한·중 FTA협상의 연내 타결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협상관행을 깨고 양국이 높은 수준의 협정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때에만 한·중 FTA 협상은 금년 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