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등 밤샘농성 자제하고, 경영자 마인드 갖춘 기업가 변신해야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쌀 관세화 결정'을 발표했다. 쌀 시장 개방을 놓고 더 이상 개방을 미룰 수 없다는 정부와 시장을 내 주면 돌이킬 수 없다며 쌀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1994년 한국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국제 사회에 약속했다.

다만 쌀이 한국인의 주식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해 협정문은 ‘특별대우’까지 표현하면서까지 비싼 대가를 치루면서 면제받아 왔다. 그 비싼 대가가 쌀 개방을 하지 않는 대신 1995년 5만 1,000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했고, 그 양을 점점 늘려 와 올해 쌀 수입량은 40만 9,000톤에 이르고 있다. 결국 올해 말이면 유예기간이 끝난다. 더 이상 쌀 개방을 미룰 수 없었다.
 

쌀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농업은 타 산업에 비해 철저히 보호받아 겨우 숨만 쉬며 살아왔다. 지속적으로 농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였지만 경쟁력은 늘 제자리 걸음상태이다. 농가인구 감소로 농업 탈농현상, 공동화(空洞化)현상은 지속화되고 있으며 고령농에 영세농까지 문제점이 증폭되어 농업의 위상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농업 생산성은 어느 정도 증가했지만 농가소득은 여전히 감소하여 이른바 성장과 소득의 괴리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쌀 관세화 결정은 우리 농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농산물과 식품은 인구가 많아 거대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은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쌀 시장을 개방하면 수입쌀이 국내 시장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쌀이 해외로 수출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은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쌀 관세를 높이는 데 토론의 초점을 맞출 때다.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글로벌 농기업이 나와야
한국 농업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사양산업으로 추락할 것인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 위기 요인을 진단해야 한다. 경쟁력 요인을 발판으로 선진 농업이 나아 가야할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이제라도 한국 농업도 과도한 보호에서 벗어나 토지 집약적 생산방식에서 탈피하여 기술·자본 집약적 생산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 쌀시장이 마침내 개방됐다. 농민과 농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도 이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농업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차같은 글로벌 농업회사가 부상해야 한다. 개방에 반대만 하지 말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해외로 수출하는 농업기업가의 등장을 보고 싶다. 농민단체들이 농림부의 쌀시장 개방발표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쌀 시장 개방 반대를 주도해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벌써부터 밤샘농성, 시위에 들어갔다. 시위하고 생떼를 부리기보다는 시장경제원리와 기업가적 경영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농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농기업의 활성화 방안으로는 먼저 경자유전(耕者有田)에서 경자용전(經者用田)로의 변화를 통해 각종 규제를 철폐한 후 농기업에 대한 규제를 해소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새로운 자본의 투입과 기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국제곡물유통기업이 설립되고, 글로벌 농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한국에서 대기업들이 농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현상이 심각하다. 동부그룹이 대규모 첨단설비를 갖춘 토마토생산시설을 구축했다가 농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쳐 수백만개의 토마토를 폐기처분해야 했다.  동부그룹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를 일본에 수출키로 계약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농민과 농협, 여기에 농림부의 반발에 직면했다. 동부는 급기야 지난해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날린채 토마토 사업에서 철수했다. 일본제조업 상징 도요타는 대규모 농작물 생산시설을 구축해서 농업생산력을 강화하고 있다.  농업은 미래 생명산업으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지끔껏 한-칠레FTA, 한미FTA, 한-유럽FTA, 한-동남아FRA 한-호주및 한-캐나다FTA 등 숱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때마다 농민들은 거센 시위를 벌였다. 칠레포도가 수입됐어도, 국내 포도농가는 으레 늘어났다. 쇠고기 시장이 열렸지만, 한우경쟁력은 약화되지 않았다. 다른 농업부문도 마찬가지다. 관련농가들이 더욱 열심히 품질개량과 과학영농, 차별화한 농법에 힘써 개방을 이겨내고 경쟁력이 증가했다. 경쟁과 개방이 당장의 위협요인은 되지만, 되레 국내농업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메기 역할을 한 것이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소득을 창출하는 농기업을 미래 농업의 새로운 주체로 인식하면서 농민들은 전통 Farmer에서 벗어나 Farmaker, Farmarket로 변신해야 한다. 농민들이 시장경제 원리 속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다가오는 생명자본주의 시대를 대비하는 일이야말로 경쟁력 있는 농기업의 출현과 농업의 성공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