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는 링에 타올을 던졌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3연임을 포기한 것은 충격적이다. 금융감독원의 노골적인 겁박과 압박에 자진하차해야 했다. 그가 금융당국에 백기 투항하면서 지성규 부행장이 차기행장으로 낙점됐다.
함행장의 중도하차는 씁쓸하다. 은행들의 자율경영이 한국에선 요원하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은행을 국립은행처럼 감놔라 배놔라 하며 시어머니처럼 간섭하는 금융당국의 신관치폐단이 볼썽사납게 드러났다. 김동성 부원장보가 하나금융 차은영, 윤성복, 백태승 사외이사들을 만나서 함행장 연임에 제동을 건 것은 매우 유감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채용비리 재판이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법률적인 리스크를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독수장의 완곡한 표현이지만, 함행장의 연임은 안된다고 대못을 박은 셈이다. 금감원은 한달전만 해도 하나은행장 인사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고 보도자료까지 돌렸다.
금감원은 심지어 하나은행 내규까지 고치라고 압박했다. 돈을 다루는 창구직원들이 형사고발조치를 당하고 1심에서 유죄를 받으면 퇴사조치하도록 하는 내규를 임원으로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올들어 종합검사 부활이라는 무시무시한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공표했다. 신관치 부활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함행장이 포기하지 않으면 종합검사 첫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금융가의 분석이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갈등으로 미운털이 박힌 삼성생명도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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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이 금감원의 노골적인 압박에 밀려 연임을 포기했다. 최고경영자 인사는 은행이사회와 주총이 결정할 사안이다. 감독당국이 후진적인 인사개입을 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앞줄 가운데 김정태 회장과 함행장이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금감원의 행태는 노골적인 압박이요, 겁박이다. 세계10대 경제강국에서 후진적인 금융관치가 조금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함행장은 채용비리의혹으로 1심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채용비리에 개입한 것을 부인하고 있다. 아직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하나금융이사회가 그의 재판이슈가 연임에 결정적인 하자가 될 수 있는지 판단하면 된다. 최고경영자 선임은 이사회의 고유한 권한이며 책무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측은 재판리스크를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도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가 그런 리스크까지 대비하지 않겠는가?
금감원의 행태는 2018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다가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친 것에 대한 뒤끝작렬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괘씸죄의 여진으로 김회장 측근인 함행장 연임을 결사코 막은 것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금감원이 임원들이 직접 나서 함행장 연임은 절대 안된다고 압박하는 게 선진적인 금융감독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왜 한국금융경쟁력이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냉엄한 평가를 받는지 감독당국은 반성해야 한다. 은행들의 자율결정사항인 금리등에 시시콜콜 간섭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후진적인 감독 및 검사행정을 하면서 은행들로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감독서비스료를 받아챙긴다. 은행들이 이런 금감원에 감독료를 흔쾌히 주고 싶은지 뼈저리게 자성해야 한다.
함행장의 강압적인 사퇴는 한국금융감독의 선진화가 아직 요원함을 각인시켰다. 은행자율을 형해화시킨 감독당국의 민낯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금감원은 미국 일본 유럽등의 선진금융감독청을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우물안개구리식으로 금융회사들을 구박하고, 혼내고 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해야 한다.
제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기업들이 수두룩하게 배출됐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글로벌 상위랭킹에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감독당국의 과도한 규제와 관치로 금융경쟁력은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삼성전자를 만들겠다고 역대정부마다 강조했지만, 말장난으로 그치고 말았다. 후진적인 규제와 감독정책이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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