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카풀 서비스를 놓고 가까스로 도출된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안이 사실상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카풀업계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볼멘소리가, 소비자들로부터는 “편의성을 체감하기 힘들 것 같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택시·카풀 업계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출퇴근 시간에만 한정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카풀 운행은 오전 7~9시, 오후 6~8시 등 하루 4시간으로 제한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운행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옥상옥’ 된 합의안…“나쁜 선례로 남을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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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날 합의안의 가장 큰 문제는 법제화돼 있던 규제에서 한 발 더 후퇴했다는 점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는 사업용 자동차 외의 차량으로 영업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만큼은 예외로 정하고 있다. 카풀 업계는 이 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향후 서비스할 수 있는 시간이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명시화되면서 카풀 업계에서는 “되레 신생 규제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래 허용되던 것을 제한해 놓고 극적 타협에 성공했다고 하니, 선전이 장난 아니다”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역사책'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타다의 이재웅 대표 역시 “대통령은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한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법에서 허용돼있는 방식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것이 나쁜 선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번 합의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라고 부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의미 있는 유상카풀업체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택시업계로서는 챙길 것은 챙겼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택시기사들의 고충으로 꼽히던 사납금제 대신 월급제 시행이 명문화됐다는 점은 택시업계가 가장 반기는 지점이다.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의 감차 방안을 추진토록 하면서 약 8000만 원에서 1억 원을 호가하는 개인택시 번호판 거래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번호판 가격은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권리금’ 명목으로 통한다.
◆오전·오후 4시간만 허용…“소비자 편익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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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하루 중 택시 호출이 가장 많은 때는 심야시간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는 직장이 몰려 있는 종로 1·2·3·4가동 시간대별 택시 호출 점유율 변화./카카오모빌리티 |
합의안의 또 다른 문제는 소비자들의 편익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에서조차 유연근무제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근로시간을 장려하는 마당에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만 카풀 서비스를 운영할 경우 소비자들은 실질적 혜택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발간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하루 중 택시 호출이 가장 많은 때는 이날 합의한 시간대가 아닌 심야시간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카풀이 택시의 보완제, 혹은 대체제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카풀 수요도 이와 비슷할 거라는 얘기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 내용을 보면 결국 ‘나인 투 식스(9 to 6)’의 근무 형태를 가진 사람만 고려한 것”이라며 “카풀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과거보다야 한 걸음 진보한 것으로 평가할 순 있겠지만, 여전히 소비자는 제3자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