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요 계열사 이사회 보강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대규모 사외이사 풀을 운용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2일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 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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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미디어펜 |
이미 국적과 상관없이 전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들의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ICT, 자율주행, AI 등 미래 기술과 전략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으로 계속 보강할 방침이다.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 현대차와 모비스가 최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존중 받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구비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켜 다양한 주주의 이해관계를 경영에 반영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ISS·글래스 루이스, 현대차 주총 안건 대부분 '찬성'
이번 현대차, 모비스 정기 주총과 관련해선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글래스 루이스 등 양대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우선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의 현금배당을 비롯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현대차 이사회가 정기 주총에 상정한 안건에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앞서 권고안을 발표한 글래스 루이스가 현대차 이사회 안에 손을 들어준 가운데, ISS의 경우엔 현대차와 엘리엇 양측의 제안을 일부씩 수용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ISS는 현대차 이사회가 제시한 보통주 1주당 3000원 현금배당 안건에 대해 찬성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 안건은 반대했다.
ISS는 "만약 회사가 (엘리엇이 요청한) 특별 배당을 지불한다면 자본금 요구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빠듯해 질 것"이라며 "이러한 고려 사항에 따라 경영진의 제안에 대한 표결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회사측 의견과 엘리엇의 의견을 일부씩 수용했다.
먼저 ISS는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윤치원 후보가 금융 분야에서 세계적인 통찰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환영했다. 주주추천 사외이사후보로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그룹의 추천을 받은 점도 높이 평가했다.
ISS는 이와 관련 엘리엇이 제안한 존 리우, 로버트 랜달 맥귄 후보도 찬성했다. 이 밖의 마가렛 빌슨 후보의 경우에는 후보자의 경험이 항공 산업에 집중돼 현대차와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ISS는 모비스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이사회가 제안한 칼 토마스 노이먼 후보, 브라이언 존스 후보 2명, 엘리엇이 제안한 로버트 앨런 크루즈,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후보 2명 등을 각각 모두 찬성했다.
◇현대차그룹 "ISS 찬성 엘리엇 사외이사 후보, 이해상충 등 문제 커"
현대차그룹은 ISS가 찬성한 엘리엇 제안 사외이사 후보들과 관련해 적합성과 경영간섭 논란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현대차 및 모비스 이사회도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될 경우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 등이 우려된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ISS가 찬성 의견을 제시한 현대차 로버스 랜달 맥귄 후보와 현대모비스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의 경우 양사의 경쟁 업체에서 현재 근무 중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랜달 맥귄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인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으로, 이 회사는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경제 주도 전략이 경쟁사인 발라드파워시스템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의 CTO이다. 올해 모비스는 카르마와 거래 관계를 확대할 예정으로, 후보자가 거래 당사자인 두 회사 임원 지위를 겸임할 경우 상호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다른 두 후보 역시 회사의 미래전략을 수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존 리우 후보의 경우 ICT 분야 경력이 통신사업 부분에 집중되어 있어 자동차 관련 ICT 사업분야에 대한 적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봤다. 게다가 '02년~'07년 중국시장에서 근무한 통신사의 경영실적이 양호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또한 모비스 루돌프 마이스터 후보는 변속기 제조사인 ZF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로 A/S 부품유통사업에 치우쳐, 모비스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 자동차 핵심 신기술 집중 전략과는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ISS는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엘리엇 제안 후보들에 찬성했는데, 기업경영 측면에서 과연 다양성이 이해상충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ISS가 이 같은 심각한 문제 간과한 것 같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엘리엇 후보들이 사외이사가 될 경우 엘리엇의 입맛대로 배당 확대와 무리한 경영 자료 요구를 해 올 것이 자명해 안정적 기업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부 엘리엇의 주장을 받아들인 ISS와 달리 앞서 권고안을 내놓은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 이사회 안건에 대부분 찬성해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률로만 단순 비교해도 회사측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특히 현금배당과 관련해 회사 이사회 안건에 대한 찬성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총도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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