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기술 세계최고, 한국쌀은 영세, 고품질쌀로 수출시장 공략하자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꼭 '메이드 인 코리아' 상표가 박힌 향수와 화장품, 의류와 신발, 식료품, 한약재, 담배, 스마트 전자제품 등을 많이 사 가지고 돌아간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인삼과 밥통이다.

필자는 실제로 지인들에게 선물한다고 한 번에 8,000개의 밥통을 사 가지고 간 중국인과 길게 줄을 서서 인삼을 주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을 목격했다. 중국인의 소비능력에 감탄했지만 한국산 제품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중국인들이 사간 밥통은 바로 “쿠쿠하세요” 광고 문구로 유명한 쿠쿠밥통이다. 1978년 성광전자로 출발한 쿠쿠전자는 밥통 개발에만 전념했다. 1999년부터 15년 동안 국내 밥통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2013년도에는  5,000억원 매출에 690억원 영업이익을 올린 우량기업으로 부상했다.

쿠쿠전자의 국내 밥통 점유율은 70%로 독보적이다. 세계 120여 개에 기술 특허와 400여개의 지식재산권을 보유중이다. 90여 건의 해외 기술 인증도 갖고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밥통전문 알짜기업이다.  쿠쿠전자는 다음 달이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시가총액 규모는 1조원대로 추정된다.

상장을 통해 전기압력 밥통을 비롯한 주방 가전제품 뿐 아니라 정수기, 공기청정기, 제습기 등 생활가전 전 분야에 걸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미국, 러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건강생활 가전기업으로 도약하겠는 야심찬 청사진도 갖고 있다. 쿠쿠전자의 상장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세계를 상대하는 한국 기업이 쭉쭉 뻗어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참 가슴 벅차고 설레인다.

   
▲ 쿠쿠전자 로고

코끼리밥통을 KO시킨 쿠쿠밥통
10년 넘게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쿠쿠밥통이 그간 걸어온 길을 보면 도전적이며 혁신적이다. 1980년대 한국 주부들 중심으로 조지루시 사의 전기 밥통 일명 '코끼리 밥통'이 열풍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판매가격이  10만원이 넘었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렸다. 일본에 출장을 가든 여행을 가든 돌아올 때에는 지금 중국 사람들이 쿠쿠밥통 사 가지고 자국으로 돌아가듯이 코끼리 밥통을 몇 개씩 사 가지고 올 정도였다.

코끼리 밥통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 아이돌 스타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사회적으로 밥통 수요와 관심이 증대되다 보니 당시 기업들은 코끼리 밥통을 만드는 조지루시 사, 밥통업계 세계 최고의 타이거 사, 일본의 가전 제품회사인 마쓰시타 등과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국내에 밥통을 납품까지 했다. 당시 기업들은 여러 가전제품을 세계 1위 제품으로 만들어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유독 전기밥통 분야만 약했다.

쿠쿠전자도 다른 기업들처럼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밥통 사업을 했다. 하지만 쿠쿠전자는 다른 기업들이 약하다 생각하여 관심과 투자가 떨어진 틈새시장인 밥통 분야를 집중 공략했다. 1988년 IMF 외환위기 시절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물량마저 줄어 공장 가동율이 50% 이하로 뚝뚝 떨어져 힘들어 할 때 오히려 쿠쿠전자는 “쿠쿠”라는 독자 브랜드를 출시하여 공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단했다. 쿠쿠 출시한지 4년도 안 되어서 1,400억 원대의 매출과 밥통 국내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면서 밥통 황제로 등극했다. 오늘날 “전기밥통은 쿠쿠”, “밥 하세요가 아닌 쿠쿠하세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소비자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기업도 성장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었다.

전기밥통은 쿠쿠, 한국 쌀은?
밥통은 주로 쌀을 활용하는 가전제품이다. 쌀은 한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곡식이다. 북한 김씨 3대 부자가 지금도 주민들에게 선전 선동하면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하얀 쌀밥에 고깃국’라는 문구를 보더라도 쌀은 부, 명예, 행복 등을 상징할 정도로 의미가 높다. 한국인 주식은 아무리 쌀 소비가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밥이다. 그러다보니 집, 식당 심지어 사무실에도 밥을 해 먹는 전기 밥통 없는 곳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밥통은 생활필수품이다.

적당한 물 조절과 불 세기, 뜸 들이는 시간 등 상당한 정성과 노력을 들여야 밥을 지을 수 있기에 밥을 한다기보다는 밥을 짓는다라고 한다. 그래서 밥통은 깨끗해지고 편리해진 부엌의 혁명을 가지다 준 일등 공신이다. 
 

요즘 쌀 개방의 정부 발표와 함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시위 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내 쌀 브랜드는 1,500개가 넘지만 소비자에게 기억이 남는 쌀 브랜드는 없다. 그 이유는 우후죽순처럼 쌀에다 단순히 이름 짓고 포장지에 포장해 시장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쌀 농사 지원 뿐 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쌀 마케팅 비용에 국민의 혈세를 엄청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캐나다에서 살 때 미국 쌀, 일본 쌀, 베트남 쌀, 중국 쌀 등 여러 나라 쌀을 직접 먹어볼 때마다 솔직히 한국 쌀이 정말 그리웠다. 한국 쌀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고향 전주에 살 때에는 새만금에서 생산된 무농약 친환경 쌀로 짓은 밥을 먹었던 맛이 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져 외국 쌀을 더 먹게 되었다. 혼자 사는 지금은 오히려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 쌀을 사다가 먹거나 편리하게 햇반을 애용한다.

쌀밥도 자주 먹지는 않지만 밥통 기술이 너무 좋아서 칼로스 쌀로 밥을 해도 찰지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 쌀을 찾는 한국인이 많다보니 미국 쌀협회는 친절하게도 한국어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열어 미국 쌀에 대한 종류, 영양 정보 심지어 밥 하는 법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미국 쌀의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한 공략은 대단하다.
 

그런 미국 쌀도 밥을 해먹을 때마다 한국 밥통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아직도 한국 쌀은 영세해 고품질 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웠다. 세계 각국은 자국 쌀 수출을 위해 산업과 연계해 고품질 쌀을 수출하고 있다. 일본은 초밥을 무기로 일본이 자랑하는 고시히까리 쌀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공략하는 사례가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지원금 받아 쌀 농사지어 지방자치단체가 팔아주는 구시대적 방안보다 고품질 쌀과 기업가 마인드가 담긴 마케팅 전략으로 수출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많고 할 일도 많고 세상은 넓다. 그저 주는 것만 받아 하루하루 연명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