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현대건설이 주택브랜드 '힐스테이트' 리뉴얼과 함께 아파트 단지 외벽에 ‘현대건설’이라는 문구를 추가키로 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당황한 모양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동안 현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며 힐스테이트를 공유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브랜드 사용계약을 체결 중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의식한 선 긋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단지 외벽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CI(Corporate Identity)가 따로 새겨진다. 현대건설이 13년 만에 힐스테이트 브랜드 리뉴얼을 감행한 이유는 표면적으론 ‘국내 최고 건설사로서의 품질경영 등 브랜드 가치 제고’ 때문이다.
문제는 힐스테이트를 현대건설과 함께 사용하며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누려온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짓는 아파트에 현대건설 CI를 표기할 수도 없고, 현대엔지니어링 CI를 넣으면 '반 쪽짜리 힐스테이트'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4년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한 이후 자사 주택브랜드인 '엠코타운'을 버리고,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 브랜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기 시작한 2014년 9월 이후 대다수 분양단지에서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10위에서 지난해 4년 만에 6위로 급상승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공유와 관련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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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외벽에 CI 문구를 새기기로 하면서 같은 브랜드를 공유하던 현대엔지니어링도 분주해졌다. 사진은 하반기 힐스테이트 신규 단지에 적용될 외벽 모습./사진=현대건설 제공 |
현대차그룹 건설형제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해외시장 부진으로 전년대비 14.8% 감소한 영업이익(8400억원)을 기록한 현대건설이 올해 브랜드 리뉴얼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주택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는 해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브랜드 리뉴얼 발표 이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는 현대건설 주도로 진행된 가운데 양사간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CI 표기 통일을 비롯해 추가 비용 문제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 브랜드 계약으로 51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협의가 아예 안 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현대건설의 새로운 기준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일하되, 여러 사항들을 일치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밝힌 리뉴얼 대상은 하반기 분양단지부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장 오는 29일 '힐스테이트 북위례'(1078가구)와 '힐스테이트 명륜2차'(874가구)의 견본주택을 오픈하고 본격 분양에 나선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리뉴얼 발표와 분양 시기가 겹친 만큼 혼선 방지 차원에서 현대엔지니어링 CI를 건물 외벽에 새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현대엔지니어링 CI의 아파트 외벽 표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관찰되고 있다. 자신을 힐스테이트 북위례 청약예정자라고 밝힌 40대 여성은 “청약을 고려하는 중”이라면서도 “현대엔지니어링보다 현대건설의 인지도가 더 높기 때문에 엔지니어링의 CI 문구는 안 들어가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20년 말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세종리버파크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벌써부터 아파트 외벽에 현대엔지니어링이라는 문구가 삽입되는지 문의가 온다”며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따라 같은 지역에서도 집값에 차이가 나는 만큼 입주자들이 외벽 표기를 민감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귀띔했다.
업계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리뉴얼이 하반기 현대엔지니어링의 분양 성적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엔지니어링과의 ‘힐스테이트’ 로열티 계약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하반기 법적 절차를 통해 최종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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